경주시 안강읍 두류공단에서 또다시 노동자 3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번에는 일산화탄소에 의한 질식사다. 가동조차 하지 않은 지하 수조 안에서 유독가스가 검출됐고, 원인을 알 수 없는 채로 외주 근로자들이 차례로 쓰러졌다. 또 한 번의 ‘예고된 참사’다.
지난 25일 오전, 아연 제련업체 H사 사업장의 지하 수조에서 환경설비 외주업체 근로자 4명이 질식해 3명이 사망하고 1명이 중태에 빠졌다. 현장은 암모니아 저감 배관 설치 작업 중이었다. 장기간 미사용 상태의 새 설비에서, 페인트 도색 후 닫아둔 공간에 일산화탄소가 비정상적으로 축적된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과 국과수는 유입 경로를 추적 중이지만, 핵심은 이미 명확하다. 밀폐 공간에서의 기본적인 안전조치가 전혀 이행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작업 전 가스 농도 측정, 환기장치 가동, 보호장비 착용 등은 가장 기초적인 안전수칙이다. 그러나 외주업체 노동자들은 이런 기본 절차조차 보장받지 못했다. 한 명이 쓰러진 뒤 동료 세 명이 연달아 들어가다 함께 희생된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현장은 구조훈련도, 비상 대처 매뉴얼도 없었다. 그야말로 ‘죽음의 수조’였다.
이번 사고는 두류공단이 얼마나 위험한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지를 다시 한 번 보여줬다. 황조는 이미 분진·악취·소음 민원이 수차례 제기된 업체로, 지역 주민들 사이에선 “사고가 나도 이상하지 않은 곳”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럼에도 관리·감독은 형식적으로 이루어졌고, 환경청과 경주시의 감독 권한은 서로 떠넘겨졌다. 결과적으로 공단 전체가 ‘책임의 무주공산’으로 방치되어 왔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런 사고가 한두 번이 아니라는 점이다. 두류공단에서는 이미 여러 차례 환경오염과 산업재해가 발생했다. 그때마다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말이 반복됐지만, 대책은 말뿐이었다. 안전관리비는 줄고, 하청 구조는 더 깊어졌다. 값싼 인력과 낮은 비용으로 공정을 유지하는 산업단지의 구조 자체가 사고를 재생산하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사고 직후 현장을 찾아 특별감독과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그러나 이런 ‘사후 대책’만으로는 근본적 해결이 불가능하다. 이미 수많은 노동자가 죽음으로 그 허점을 증명해왔다. 정부가 진정으로 해야 할 일은 안전관리 책임의 외주화를 끊고, 지자체·환경청·노동부의 관리 권한을 명확히 재정립하는 일이다. 감독 공백이 생기는 동안, 또 다른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고 있다.
두류공단의 문제는 단지 이번 사고가 발생한 사업장만의 부주의가 아니라, 지방 산업단지 전반의 구조적 붕괴다. 중소기업 중심의 하청 체계, 최소비용 경쟁, 느슨한 행정 감독이 맞물리며 ‘3중 재해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특히 밀폐공간 작업의 경우, 사전 가스 측정 의무가 법으로 규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는 거의 이행되지 않는다. 현장에서는 장비가 없거나, 측정 시간이 아깝다는 이유로 생략되기 일쑤다. 결국 규정은 책 속에만 존재한다.
정부와 지자체는 이제 보여주기식 점검과 일회성 감독을 멈춰야 한다. 두류공단을 비롯한 전국 지방 산업단지를 대상으로 상시 안전감독 체계와 환경·노동 통합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산업단지 내 모든 하청업체까지 포함한 실질적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참사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노동자가 죽어야 대책이 나온다”는 주민의 탄식은 더 이상 뉴스의 한 줄로 흘려보낼 수 없는 절규다. 안전은 비용이 아니라 생명이다. 두류공단 참사는 또 한 번 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을 경고하고 있다. 경주는 물론 정부 전체가 이번 사고를 계기로 산업 현장의 안전 구조를 전면적으로 재점검해야 한다. 노동자의 목숨이 제도보다 가벼운 사회는 결코 정상이라 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