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의 상징적인 교량인 ‘경주교’가 전면 재가설된다. 정밀안전진단 결과 최하 등급인 E등급(사용불가) 판정을 받으면서, 경주시는 시민 안전을 위해 총중량 20톤이 넘는 차량 통행을 제한하고 재가설 계획을 확정했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이번 조치는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불가피하면서도 매우 잘한 결정이다. 무엇보다 사고가 터지기 전에 신속히 대응했다는 점에서 행정의 책임성과 경각심을 높였다는 평가가 나온다.경주교는 1967년 건설된 뒤 1988년 왕복 6차선으로 확장돼 60년 가까이 경주의 교통 중추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세월의 흔적은 구조물 곳곳에 깊게 남았다. 지난 5월 실시된 정밀안전진단에서 교각과 받침, 바닥판에 심각한 균열과 손상이 발견됐다. 교각 일부는 1mm 이상 균열이 생겼고, 교량 중앙부가 침하된 상태로 확인됐다. 이미 2009년에도 약 20cm가량 교량이 내려앉아 긴급보수를 한 전력이 있다. 하지만 노후화가 지속되며, 결국 올해 ‘E등급’이라는 최하 판정을 받았다.
이에 경주시는 지난 20일 경주교를 ‘위험시설물’로 지정하고, 20톤 초과 차량 및 건설기계의 통행을 전면 금지했다. 소형차는 일부 차로만 제한적으로 통행하도록 조치했으며, 대형차는 인근 강변로(황성대교)와 산업로(구황교)로 우회하도록 했다. 시는 “이번 결정은 시민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며, 홍보와 안내를 강화해 불편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경주교 사례는 노후 인프라 관리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국내 교량의 약 30%가 건설된 지 30년을 넘겼고, 지방 중소도시의 다리 상당수가 경주교처럼 수명이 다한 상태다. 노후 교량의 안전관리는 ‘언제 사고가 날지 모르는 폭탄’을 안고 가는 것과 다르지 않다. 특히 경주교처럼 도심 한가운데 있고, 통행량이 많은 시설의 경우, 구조적 결함은 곧 시민 안전과 직결된다. 이런 점에서 경주시의 이번 긴급조치는 단순한 보수가 아니라 ‘예방 중심 행정’으로 나아가는 전환점이 되어야 한다.
물론 재가설 과정에서 시민 불편은 불가피하다. 경주시는 2025년 착공해 2029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공사 기간 동안 차로를 절반씩 나눠 단계적으로 시공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교통정체, 소음, 상권 침체 등 부작용이 예상되지만, 시가 적극적으로 시민과 소통하고 대체 교통대책을 마련한다면 충분히 극복 가능하다. 시민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불편이 아니라 ‘안전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이번 재가설 결정을 계기로 경주시는 노후 기반시설 전반에 대한 정기적 안전진단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사고가 발생하거나 위험 신호가 감지된 후에야 조치가 이뤄지는 ‘사후 대응형’ 구조였다. 이제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상시 모니터링과 사전 예방 중심의 관리 시스템으로 바뀌어야 한다. 교량뿐 아니라 하천제방, 지하차도, 터널 등 도시의 주요 인프라를 체계적으로 점검하고, 예산을 선제적으로 투입하는 것이 행정의 새로운 표준이 되어야 한다.
경주교 재가설은 단순한 시설물 교체 사업이 아니다. 이는 경주시가 ‘시민의 생명은 행정의 최우선 가치’임을 행동으로 보여준 결정이다.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첫걸음이다. 이제 경주시는 이 결정을 실천으로 이어가야 한다. 공사 과정의 투명성, 시민과의 소통, 완공 후 유지관리까지 체계적으로 수행한다면, 경주교는 단순한 다리가 아니라 ‘안전한 경주’의 상징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