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를 100일 앞두고 경주시장 선거 구도가 본격적인 열기를 띠고 있다. 경주는 전통적으로 보수 정당의 지지가 압도적인 지역으로, 역대 지방선거의 득표 구조만 보더라도 보수 대 진보 구도가 대체로 8:2에 머물렀다. 이 때문에 본선 경쟁보다 국민의힘 경선이 더 치열하고 중요하게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실제로 지역 정가에서는 “국민의힘 공천=당선”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회자된다. 올해 역시 이러한 구조는 크게 달라지지 않은 가운데, ‘3선 시장의 탄생’ 여부가 가장 큰 관심사로 떠올랐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2018년 첫 당선 이후 재선에 성공했고, 지난해 11월 개최된 ‘2025 APEC 정상회의 준비와 운영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 속에서 높은 인지도를 갖고 있다. APEC 회의 이후 여론조사에서는 70~80%대의 호응도를 기록하며 3선 도전에 자신감을 얻은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최근 발표된 한 여론조사에서는 박병훈 국민의힘 상임고문이 오차범위 내에서 주 시장을 앞서는 결과가 나오면서 선거 구도는 예측하기 어려운 다자 경쟁으로 넘어갔다.   특히 국민의힘이 올해부터 적용하는 새로운 공천룰은 현직 시장에게 부담으로 작용한다. 3선 도전 기초단체장에게 감점(페널티)을 부여하는 조항이 그대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이는 ‘현직 프리미엄’에 대한 견제이자 변화 요구가 반영된 조치로 풀이된다. 주 시장이 높은 인지도에도 불구하고 공천 경쟁에서 쉽지 않은 싸움을 예상하게 하는 배경이다.   그런 주 시장을 겨냥해 국민의힘 내 경쟁자들은 일제히 ‘변화’와 ‘새 인물론’을 앞세우며 표밭을 넓히고 있다. 국민의힘 출마 예상·등록 후보는 총 다섯 명이다. 박병훈 상임고문, 여준기 경주시체육회장, 이창화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상임감사, 정병두 국민의힘 서울시당 부위원장, 그리고 주낙영 시장이다. 이들 후보는 서로 다른 강점을 내세우며 보수 지지층의 선택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박병훈 상임고문은 ‘토박이 정치인의 장점’을 강조한다. 경주에서 태어나 공부하고 정치활동을 이어온 지역 밀착형 정치인으로, 여러 차례 선거 경험을 통해 높은 인지도를 확보하고 있다. 박 후보는 “문화체육관광부를 경주로 이전해 문화수도 경주의 위상을 되찾겠다”며 중앙정부와의 연결성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젊은 세대가 일자리를 찾아 고향을 떠나지 않도록 AI·데이터센터를 유치하겠다”는 산업·일자리 공약으로 지역 세대문제를 정면 겨냥한다. 그는 “책상머리 시장이 아니라 시민 앞에서 설명하는 시장이 되겠다”며 ‘아고라 광장 소통정치’를 약속하고 있다.   여준기 체육회장은 오랜 지역 활동 경험을 앞세우며 “시민 곁에서 답을 찾겠다”는 생활정치형 후보로 분류된다. 스포츠·시민단체 활동을 기반으로 넓은 대인관계를 강점으로 내세우지만, 상대적으로 행정 경험이 부족한 점은 약점으로 꼽힌다.   가장 늦게 출마를 선언한 이창화 상임감사는 기존 정치 지형에 변화를 주는 ‘돌발 변수’로 주목받는다. 서울대 언론정보학을 졸업하고 국가정보원·국무총리실 등에서 30여 년간 정책을 다뤄온 그는 스스로를 “정치인이 아니라 행정 전문가”라고 소개한다. 출마 선언에서는 “경주는 지금 관성적 행정이 가장 큰 문제”라며 “관리형 시장이 아닌 돌파형 시장이 필요한 때”라고 주장했다. 인구 감소와 산업 침체를 해결하기 위해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공직 네트워크를 활용한 정책 추진 능력을 강점으로 제시한다.   정병두 전 서울 종로구 국회의원 보궐선거 예비후보도 출마를 공식화하며 다자 경쟁에 뛰어들었다. 농협중앙회 책임자 출신으로 농업·농촌 분야 정책 역량을 강조하고 있다. 이처럼 국민의힘 내 경쟁 구도가 복잡해질수록 ‘표의 분산’은 피할 수 없고, 이는 공천 룰의 변수를 극대화해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게 만든다.   한편, 보수 정당의 벽이 두꺼운 경주에서도 민주당·진보당 역시 이번 선거를 ‘도전의 기회’로 삼고 있다. 민주당 한영태 지역위원장은 집권 여당의 이점을 활용해 “한수원 도심 이전” 등 굵직한 지역 개발 공약을 전면에 내세우며 표밭을 다지고 있다. 진보당 여호수 위원장은 “노동자·농민·서민에게 희망을 주는 행정”을 강조하며 생활밀착형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다만 전통적인 8:2의 선거 지형 속에서 이들의 당선 가능성을 높게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지역 정치권의 대체적 평가다. 그러나 다자구도에서는 조용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6·3 지방선거가 100일 앞으로 다가온 현재, 경주시장 선거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다섯 명의 국민의힘 후보들이 이미 예비후보 등록을 마치고 선거전에 돌입하면서, 앞으로 발표될 여론조사·공천룰 적용·정책 경쟁 등이 선거 판세를 가를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경주시민들이 ‘안정의 3선’을 선택할지, ‘새로운 인물’을 선택할지, 6월 3일의 선택은 경주의 향후 4년, 나아가 지역의 미래 전략을 가르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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