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로 국제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오만 해역에서 유조선이 공격받고,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선박 수가 하루 만에 70% 가까이 줄어드는 상황은 단순한 지역 분쟁을 넘어 세계 경제 전체를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사건이다. 전 세계 석유의 20%, LNG의 20%가 이 협소한 해협을 통과한다는 점에서, 이곳의 불안정은 곧 글로벌 경기 침체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 에너지 공급이 끊기면 산업은 정지하고 금융 시장은 맥동을 잃는다. 전문가들이 “세 자릿수 유가보다 해협 봉쇄가 더 큰 문제”라고 경고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미국과 이란 사이의 군사적 긴장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현상이 아니다. 핵 협상의 좌초, 중동 전역에서 이어진 무력 충돌, 미군의 대규모 증원 등이 복합적으로 쌓이며 위험 신호가 켜지고 있다. 미국은 스텔스 전투기 편대와 항공모함 전단을 동원해 군사적 압박 수위를 높였고, 이란은 전시 체제로 전환하며 대응 의지를 시사했다. 단순한 위협이 아니라 실제 충돌을 배제할 수 없는 국면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며 변동성이 확대된 것도 이 때문이다. 국제유가는 반등했고, 미국 증시와 세계 주요 지수는 일제히 하락했다.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강화되면 자본 흐름은 불안정해지고 신흥국 경제에는 직접적인 압력이 가해진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역시 결코 안전지대에 있지 않다.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에너지를 수입하는 국가 가운데 하나이며, 원유의 상당량을 중동 지역에 의존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은 곧 한국 경제의 긴장이 된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은 낮다고 하지만, 실제로 중요한 것은 가격 수준이 아니라 공급의 지속성이다. 공급망이 흔들리면 기업의 생산 비용이 급등하고, 이는 소비와 투자 위축으로 이어져 경기 둔화를 촉발할 수 있다. 에너지 가격의 불안정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더욱 높여 중앙은행의 정책 대응을 어렵게 만든다. 글로벌 통화 긴축 속에서 일어나는 이런 충격은 경제 전반에 복합적 충격을 안긴다.
세계적 격랑 속에서 우리가 취해야 할 자세는 무엇인가. 첫째, 국제분쟁에 대한 냉철한 분석과 신속한 대응 체계를 갖춰야 한다. 한국은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높고 수출 주도형 경제 구조를 지니고 있어 국제 정세 변동에 취약하다. 정부는 중동 지역의 움직임을 면밀히 관찰하고, 에너지 비축 확대와 수입선 다변화 전략을 서둘러야 한다. 글로벌 공급망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만큼 산업계 또한 위험 대응 전략을 강화해야 한다. 단순히 원자재 가격에 반응하는 단기적 조정이 아니라 중장기적 리스크 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선제적 조치가 필요하다. 국제 분쟁은 금융시장의 심리를 위축시키고 자금 흐름을 흔드는 경향이 있다. 변동성 확대에 대응할 수 있도록 정책 당국은 시장 상황을 세밀하게 모니터링하고 필요 시 적절한 유동성 공급과 안정 조치를 고려해야 한다. 무엇보다 시장 참가자들에게 명확하고 일관된 신호를 제공해 불안 심리를 최소화해야 한다.
셋째, 국제사회의 연대와 협력 강화를 통해 위기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 중동 정세는 단순히 특정 국가의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차원의 문제다. 해협 봉쇄나 군사 충돌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국제사회와의 긴밀한 협력은 필수적이다. 한국은 외교적 역량을 바탕으로 지역 안정과 긴장 완화를 위한 국제적 중재 노력에도 적극 참여할 필요가 있다.
지금 국제정세는 예측 불가능한 방향으로 빠르게 흐르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고, 중동의 긴장이 다시 고조되며, 세계 경제의 회복 동력은 약해지고 있다. 불확실성의 시대일수록 국가와 사회, 기업 모두가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 글. 김장하(전 경상북도 명예 감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