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가 올해 들어 잇따라 발표한 복지·정주지원 정책들이 시민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다자녀 가정 농수산물 구매 지원에서 시작해 이사비·주거이자 지원, 초·중·고 신입생 입학축하금과 교복비 지원, 그리고 3월부터 시행될 예정인 어린이·청소년 버스 무료 정책까지, 생활 전반을 아우르는 다양한 예산 투입이 연이어 이뤄지고 있다. 표면적으로 보면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라는 정책 목표에 부합하는 흐름이다. 하지만 그 규모와 속도를 놓고는 “예산 지속성을 충분히 검토한 조치인가”라는 의문이 따라붙고 있다.
우선 다자녀 가정 지원사업은 그 구조가 3단계로 확장되며 예산 범위도 커졌다. 기존 생활지원 수준을 넘어 ‘정주 지원’과 ‘자산 형성’ 단계까지 개편된 것이다. 사이소 농특산물 구매 쿠폰, 이사비 지원, 주택 구입 이자 지원까지 포함되면서 개별 가구당 지원액은 커졌지만, 향후 대상자가 증가할 경우 예산 압박이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3자녀 이상 가구에 주택대출 이자를 연 480만원까지 지원하는 사업은 단순 생활복지의 영역을 넘어 재정 소요가 크다는 점에서 장기적 관리가 필요하다.
입학축하금과 교복비 지원 또한 단일 연도 지원액은 크지 않으나 ‘매년 반복되는 구조적 예산’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초등 10만원, 중·고교 30만원이라는 비교적 명확한 지원액이 설정돼 있기 때문에, 대상자가 많아질수록 예산 증가도 불가피하다. 지난해 출산아 수를 고려할 때 당장은 감당 가능한 수준이라 해도, 향후 경주시가 출산·전입 장려 정책을 병행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수혜 대상은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이러한 예산이 일시적 ‘포퓰리즘성’ 사업이 아닌, 지속 가능한 교육복지 정책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느냐는 점이다.
가장 큰 논란은 시내버스 무료 정책에서 불거진다. 경주시가 자체 산정한 연간 소요 예산은 약 31억5천800만 원. 그간 무료·할인 정책을 추진한 지자체들은 대부분 국비 또는 도비 지원을 병행했으나, 경주시는 전액 시비로 충당할 계획을 밝히고 있다. 버스 요금 인상 압박, 노선 운영 적자, 인구 감소 등 이미 지역 대중교통이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를 고려하면 단일 지자체가 감당하기에는 부담이 적지 않다. 특히 이용량이 많을수록 예산 부담이 증가하는 구조여서, 장기적 재정 지속성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정책 유지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물론 경주시의 정책 방향성을 비판만 할 수는 없다. 저출산 심화, 지방 소멸위기, 교육비 부담 증가라는 현실 속에서 지방정부가 주민 삶을 개선하기 위해 새로운 지원책을 고민하는 것은 당연하다. 다자녀 가정 유치·정착 지원은 지역 인구정책의 핵심이며, 교복비·입학축하금 확대가 학부모 부담을 즉각 완화하는 효과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버스 무료 정책 또한 장기적으로는 청소년 이동권 확대와 교통 접근성 개선이라는 긍정적 성과가 기대된다.
그러나 문제는 ‘갑작스러운 예산 확대’와 ‘동시다발적 신규 사업 발표’가 가져오는 재정 건전성 리스크다. 지방정부의 복지정책은 단순히 한 해 지원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세대 간·지역 간 형평성까지 고려한 지속적 정책 설계가 핵심이다. 재정이 뒷받침되지 않는 지원은 결국 중단되거나 축소되며 시민에게 더 큰 실망을 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