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치보다 생기부가 더 무서워요."학교폭력 사건에서 가해학생 측 보호자들이 상담 초기에 가장 먼저 꺼내는 말 중 하나입니다. 심의위원회 조치 결과를 통보받은 순간, 많은 부모님들이 ‘이게 대입까지 따라오는 건 아닐까’라는 두려움에 사로잡힙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학교생활기록부(이하`생기부`) 기재의 법적 구조, 조치별 삭제 시점, 그리고 졸업 전 조기 삭제가 가능한 조건을 법령 원문에 근거하여 정확하게 짚어보겠습니다.1. 모든 조치가 생기부에 기재되는 것은 아니다. 학교폭력예방법 제17조 제1항의 가해학생 조치는 1호(서면사과)부터 9호(퇴학)까지 총 9가지입니다. 그런데 이 모든 조치가 생기부에 기재되는 것은 아닙니다.「초·중등교육법 시행규칙」 제21조 제3항은 1호부터 3호까지의 조치 사항을 생기부에 적어야 하는 경우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① 해당 학생이1~3호 조치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 또는 ② 1~3호 조치를 받은 후 동일 학교급 재학 중(초등학생은 조치 받은 날로부터 3년 이내) 다른 학교폭력 사건으로 추가 조치를 받은 경우에만 기재합니다.즉, 1~3호 조치를 받고 이를 성실히 이행했으며 이후 추가 학교폭력 사안이 없다면, 생기부에 기재 자체가 되지 않습니다. 가장 가벼운 조치를 받은 경우라면 생기부 걱정을 덜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반면 4호(사회봉사)부터 8호(전학)까지는 생기부의 ‘학교폭력 조치상황 관리’ 항목에 기재되며, 이 내용이 상급학교 진학 전형 자료로 활용됩니다. 9호(퇴학)는 의무교육 과정 학생에게는 적용되지 않습니다.2. 조치별 삭제 시점— 호수마다 다르다기재된 내용이 언제 삭제되는지는 조치의 호수에 따라 명확하게 구분됩니다. 「초·중등교육법 시행규칙」 제22조는 다음과 같이 규정합니다.- 1~3호 조치사항: 해당 학생의 졸업과 동시에 의무적으로 삭제(제22조 제2항)- 4호(사회봉사)·5호(특별교육이수 또는 심리치료): 졸업한 날부터 2년 후 삭제(제22조 제3항 제1호)- 6호(출석정지)·7호(학급교체)·8호(전학): 졸업한 날부터 4년 후 삭제(제22조 제3항 제2호)이 기간이 중요한 이유는 대입 전형과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고등학교 재학 중 6~8호 조치를 받은 학생은 졸업 이후에도 4년간 기록이 남아 있으므로, 대학원 진학이나 취업 과정에서 생기부가 제출되는 상황이 생기면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3. 졸업 전 조기 삭제— 4~7호는 가능하다기재된 조치 사항이라도 졸업 전에 삭제받을 수 있는 절차가 있습니다. 단, 이 조기 삭제 심의는 4호부터 7호까지만 대상이 됩니다. 8호(전학)는 조기 삭제 대상에서 제외됩니다.「학교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지침」(교육부훈령 제555호, 2026. 3. 1. 시행) 제18조 제4항 단서는 4~7호 조치사항에 대해 학생의 반성 정도와 긍정적 행동변화를 고려하여, 졸업하기 직전에 학교폭력 전담기구의 심의를 거쳐 졸업과 동시에 삭제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다만 같은 조 제5항은 다음 두 가지 경우에는 조기 삭제 심의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명시합니다.- 재학기간 동안 서로 다른 학교폭력 사안 2건 이상으로 조치를 각각 받은 경우. 한 사안에서 여러 조치를 병과받은 것과는 다릅니다. 별개의 사안으로 두 차례 조치를 받았다면 조기 삭제 심의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조치 결정일로부터 졸업학년도 2월 말일까지 6개월이 경과하지 않은 경우. 즉 고등학교 3학년 2학기에 조치를 받은 경우 6개월이 채 지나지 않아 조기 삭제 심의 자체를 신청할 수 없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4. 행정심판·소송으로 조치가 취소되면 기재도 사라진다지난 48회 칼럼에서 다룬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을 통해 조치 자체가 취소되는 결과를 얻으면, 생기부에 기재된 내용도 함께 삭제됩니다. 이것이 조치 통보를 받은 직후 불복 절차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하는 또 하나의 실질적인 이유입니다.반대로 행정심판·소송에서 조치가 유지되는 결과가 나온 뒤에는 기재 내용을 다른 방법으로 다투기는 사실상 어렵습니다. 처분 통보를 받은 날부터 90일인 행정심판 청구 기간이 지나가기 전에 전문가와 함께 불복 가능성을 냉정하게 검토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입니다.마무리하며생기부 기재 문제는 조치 자체와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습니다. 어떤 호수의 조치를 받았는지, 졸업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조기 삭제 심의 요건을 충족할 수 있는지— 이 세 가지가 맞물려 학생의 진로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칩니다.경주·포항 등 경북 지역에서도 매년 신학기가 되면 학교폭력 사안 접수가 급증합니다. 법령은 전국 공통으로 적용되지만, 현장의 심의 방식이나 전담기구 운영은 학교마다 온도 차가 있습니다. 조기 삭제 심의는 결국 학교 전담기구가 주체가 되는 절차인 만큼, 요건을 충족하더라도 준비 없이 접근하면 심의에서 불리한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조치를 받았다고 해서 모든 것이 끝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대응의 시간은 생각보다 훨씬 짧게 지나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