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하는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이 본격적인 단계에 들어서면서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의 유치 경쟁이 시작됐다. 수도권에 집중된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해 지역 균형발전을 이루겠다는 이번 정책은 행정 이전을 넘어 지역 경제와 도시 구조를 바꾸는 국가적 프로젝트다. 공공기관 하나가 이전하면 관련 산업과 일자리, 인구 유입 등 지역 경제 전반에 상당한 파급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정부 역시 국가 공간 구조를 재편하는 구조개혁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최근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수도권 1극 체제는 이미 한계에 이르렀다”며 “인구와 일자리, 자본을 분산해 지역 성장 엔진을 다극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공공기관 이전이 단순한 행정 정책이 아니라 국가 발전 전략의 핵심 축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번 2차 이전 정책의 특징은 과거보다 훨씬 전략적으로 추진된다는 점이다. 정부는 1차 공공기관 이전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이전 예외 기준을 최소화하고, 기관을 단순 분배하는 방식도 지양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대신 지역 특화 산업과 혁신 역량을 고려한 집적화 방식으로 배치해 실질적인 지역 성장 거점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정책 흐름 속에서 지방자치단체들의 대응도 빨라지고 있다. 경상북도는 최근 ‘경상북도 공공기관 유치위원회’를 공식 출범시키며 본격적인 대응에 나섰다. 과학·산업·경제·에너지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위원회를 통해 중앙정부 정책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전략적인 유치 활동을 펼치겠다는 것이다. 특히 농협중앙회와 한국마사회 등 산업 파급력이 큰 기관들을 전략 유치 대상으로 검토하고 있으며, 지역 산업 기반과 연계한 클러스터 구축 계획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과 달리 경주시는 아직 뚜렷한 대응 체계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공공기관 유치를 전담할 조직이나 전략적 추진 체계도 명확하게 구축되지 않았고, 최근 조직 개편 과정에서 관련 업무가 통폐합되면서 담당 부서의 역할조차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현장에서는 관련 업무 범위조차 명확히 파악되지 않는 상황이라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공공기관 유치는 단기간에 성과가 나타나는 사업이 아니다. 중앙정부의 정책 동향을 분석하고 기관 특성을 파악하는 일부터 시작해 부지 확보, 정주 여건 개선, 정치권 협력, 지역 산업과의 연계 전략까지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이러한 준비 없이 단순한 기대만으로 경쟁에 뛰어든다면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경주는 천년 고도라는 역사적 가치와 세계적인 관광 도시라는 상징성을 가진 도시다. 그러나 도시의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관광 중심 구조를 넘어 산업과 연구, 공공기관의 기능이 결합된 새로운 성장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특히 원자력과 에너지 산업, 역사문화 연구, 관광 정책 등 경주가 가진 자산과 연계할 수 있는 공공기관 유치 가능성은 충분히 존재한다.
문제는 이러한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기 위한 행정적 준비와 전략이다. 지금이라도 공공기관 유치를 전담할 조직을 신속히 구축하고 중앙정부와 지속적으로 협의할 수 있는 전문적인 대응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동시에 지역 정치권과 시민사회,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하는 유치 전략 협의체를 구성해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공공기관 이전은 기관 하나를 유치하는 문제가 아니다. 도시의 미래 성장 동력을 결정하는 전략적 선택이다. 정부 정책이 본격화되고 타 지역은 이미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상황에서 경주가 준비 없이 머문다면 중요한 기회를 놓칠 수밖에 없다.
지금은 관망할 시간이 아니라 움직여야 할 시간이다. 경주가 공공기관 이전이라는 국가 정책 흐름을 지역 발전의 기회로 만들 수 있을지, 아니면 또 한 번 기회를 놓칠지는 지금의 대응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