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지진·태풍 피해 목격한 청년 창업가의 문제의식이 드론 기반 문화재 보존 혁신으로 이어져AI·디지털트윈 결합한 데이터 기반 관리로 문화재 보존의 패러다임 전환… “지역에서 시작해 세계로 가겠다”     리하이 추혜성 대표㈜리하이 대표한국자율형트윈산업진흥협회 회장대구경북창업포럼 온라인사업단 미디어국장창업진흥원 창업경진대회 우수상 최우수상 한국생산성본부 창직경진대회 최우수상경북도지사 일자리유공 표창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표창우수멘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표창티상     경주를 기반으로 한 드론 전문기업 리하이(LIHAI)가 전국 최초로 드론을 활용한 옥외 문화재 일상 점검 시스템을 개발하며 문화재 관리의 새로운 길을 열고 있다. 육안 중심의 전통적 점검 방식을 넘어 AI와 디지털트윈, 3D 데이터 기술을 접목한 리하이의 시도는 문화재 보존을 사후 복구가 아닌 사전 예방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창업 7년 만에 매출 32억 원, 특허 18건, 20억 원 규모 정부 사업 수주 성과를 일군 이 기업은 이제 지역 문제 해결을 넘어 글로벌 드론 플랫폼 기업으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전국에서 가장 많은 옥외 문화재가 밀집한 도시 경주에서 한 청년 창업가는 오래된 문화유산을 지키는 일이 더 이상 과거의 방식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리하이 대표는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 재학 시절 중국 유학을 경험하며 지역의 고유한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이야말로 가장 특별한 가치를 지닌다는 확신을 품었다고 말한다. 그 생각은 단순한 아이디어에 그치지 않았다. 2016년 경주 대지진으로 문화재 피해가 150여 건 발생하고, 2020년 태풍 마이삭과 하이선으로 경주 문화재 158개소가 피해를 입는 현장을 직접 지켜보면서 기술로 문화재를 지킬 수 있다는 문제의식은 더욱 또렷해졌다.     기존의 문화재 점검 방식은 전문 인력이 직접 현장을 방문해 눈으로 확인하는 데 의존해 왔다. 기와 훼손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지붕에 직접 올라가거나 망원경으로 살펴보는 식의 점검은 정확성과 안전성 모두에서 한계를 안고 있었다. 넓은 문화재 구역을 인력만으로 주기적으로 살피는 데도 현실적인 제약이 컸다. 인력 부족은 물론, 점검 주기가 길어질수록 미세한 손상을 조기에 포착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반복됐다. 리하이는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했다. 기술이 현장의 물리적 제약을 보완하고, 문화재 보존의 시간표 자체를 바꿀 수 있다고 본 것이다.회사 이름인 ‘리하이(LIHAI)’에도 이 같은 철학이 담겨 있다. 중국어로 ‘지독한’, ‘끈질기다’는 뜻을 가진 이 이름은 치열한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끝까지 살아남아 우리 문화재를 지키는 기업이 되겠다는 의지를 상징한다. 대표는 창업의 핵심 가치관으로 “기술은 반드시 사회를 향해 있어야 한다”는 점을 꼽는다. 기술의 목적을 단순한 수익 창출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 창출에 두고, 문화재 보존과 재난 대응, 지역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방향으로 모든 기술을 설계해 왔다는 설명이다.리하이의 드론 기반 문화재 점검 시스템이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시스템은 단순히 드론으로 사진을 찍는 수준을 넘어, 문화재 관리 방식 전반을 데이터 기반으로 재구성하고 있다. 먼저 AI 딥러닝 기반 자동 훼손 검출 기술이 핵심이다. 리하이는 Faster R-CNN과 U-NET 알고리즘을 적용한 문화재 탐지 및 훼손 검출 모듈을 개발해 기와의 형태적 손상과 화학적 훼손까지 탐지할 수 있도록 했다. 사람의 눈으로는 놓치기 쉬운 미세한 균열이나 변형까지 자동으로 분류하고 등급화하는 방식이다. 이는 점검 정확도를 높이는 동시에 문화재 관리의 객관성을 확보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무선충전이 가능한 드론 스테이션을 문화재 인근에 설치해 24시간 상시 감시 체계를 구축한 점도 차별화된 대목이다. 사람이 직접 현장에 투입되지 않아도 드론이 정기적으로 비행하며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어 점검 주기를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 안전 문제가 큰 고지대나 접근이 어려운 구역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 정사영상, 360도 파노라마 영상, 3D 모델링, 포인트 클라우드 데이터 등 다양한 형태의 고정밀 데이터를 한 화면에서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통합 플랫폼까지 더해지면서, 문화재 관리가 경험과 감각 중심에서 정량적 분석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실제 현장에서는 이 데이터가 문화재 보존의 방향을 바꾸는 역할을 하고 있다. 리하이는 과거에 촬영·수집된 데이터와 현재 데이터를 디지털트윈 시스템을 통해 비교 분석해 훼손 진행 정도를 파악하고, 가장 적절한 보수 시점과 범위를 산정하고 있다. 사후 복구가 아니라 사전 예방 중심의 관리가 가능해지는 셈이다. 또한 3D 포인트 클라우드와 정사영상 등으로 축적된 시계열 데이터를 바탕으로 문화재 시설물의 노후도 변화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지진이나 태풍 같은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때도 피해 상황을 공중 영상과 360도 파노라마, 3D 모델 등 다양한 포맷으로 즉시 확인할 수 있어 초기 대응과 복구 계획 수립의 속도와 정밀도를 높이고 있다.     물론 이 같은 길이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리하이 대표는 창업 초기 가장 큰 어려움으로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혼자 개척해야 했던 점”을 꼽았다. 2018년 창업 당시 매출은 0원이었고, 드론으로 문화재를 관리한다는 개념 자체가 낯설던 시기였다. 시장도, 고객도, 선행 사례도 없는 상태에서 사업을 설계해야 했다. 드론쇼처럼 이미 경쟁 업체가 자리 잡은 시장에도 후발주자로 뛰어들어야 했다. 하지만 대표는 기술과 예술, 콘텐츠를 융합하는 방식으로 충분히 차별화할 수 있다고 판단했고, 이를 정면 돌파의 동력으로 삼았다.내부적으로는 기술자와 디자이너 간 소통 문제도 적지 않았다. 엔지니어는 콘텐츠의 감각을 이해하지 못하고, 디자이너는 기술적 한계를 충분히 알지 못한 채 기획을 내놓으면서 시행착오가 이어졌다. 리하이는 이를 단순한 조직 갈등이 아니라 성장 과정으로 받아들였고, 서로의 영역을 이해하는 융복합 협업 문화를 만드는 데 힘을 쏟았다. 그 결과 창업 7년 만에 매출 32억 원 달성, 인력 18명 규모 성장, 특허 18건 확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0억 원 규모 사업 수주, 경북 국방벤처기업 선정이라는 성과로 이어졌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그것을 기술 자산으로 전환하는 방식이 리하이의 성장 원동력이 된 셈이다.     리하이는 앞으로 드론과 AI가 문화재 관리 분야에서 단순한 점검 보조 수단을 넘어 완전 자율화된 상시 보존 관리 시스템의 핵심 축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AI가 훼손 패턴을 스스로 학습하고, 계절과 기후 변화에 따른 훼손 위험도를 사전에 예측해 선제적 보수가 가능한 예측적 유지관리 체계로 진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같은 기술 진화는 문화재 관리의 비용을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문화재 보존의 철학 자체를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문제가 발생한 뒤 대응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문제가 생기기 전에 위험을 포착하고 개입하는 정교한 보존 체계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중장기 비전도 분명하다. 리하이는 200kg급 고중량 화물수송 드론 상용화를 통한 민간·방산 이중 플랫폼 구축, 인도네시아·UAE·폴란드 등 방산 우호국을 겨냥한 글로벌 문화재 관리 솔루션 수출, 군집드론 라이트쇼 시장 점유율 30% 확보, 코스닥 기술특례상장 추진을 목표로 삼고 있다. 2030년까지 국내에서는 민간과 방산을 아우르는 드론 통합 플랫폼 기업으로, 해외에서는 자율비행 기반 전문 드론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구상이다.추 대표는 마지막으로 청년들에게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중어중문학을 전공한 자신이 드론 기술 기업을 만들겠다고 했을 때 주변의 우려가 적지 않았지만, 오히려 그 융복합적 시각이 리하이의 가장 큰 경쟁력이 됐다는 것이다. 혼자만의 성공이 아니라 함께 일하는 팀원 모두가 정서적·경제적·기술적으로 성장하는 기반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특히 경주처럼 풍부한 문화유산을 가진 지역에서는, 지역을 떠나지 않고도 세계와 겨룰 수 있는 기업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리하이의 도전은 결국 지역의 문제를 세계적 해법으로 바꾸는 과정이자, 기술이 사회를 향할 때 얼마나 큰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실험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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