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주최 ‘세계가 다시 찾는 경주, 또 다른 시작’ 포럼 성료황리단길 쏠림 현상 해법은 ‘연결’... 로컬 크리에이터 거버넌스 구축 시급흩어진 구슬을 꿰어 보배로 대안은 ‘시티패스(경주 패스)’ 구축이 강력하게 대두
2025년 APEC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치러낸 경주가 이제 `축제 이후(POST-APEC)`라는 엄중한 과제 앞에 섰다. 지난 26일 오후 2시 경주스마트미디어센터 대회의실에서 열린 ‘POST-APEC 세계가 다시 찾는 경주, 또 다른 시작’ 포럼은 이러한 지역적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민·관·학 전문가들의 열띤 토론의 장이 됐다. 본지가 주최한 이번 포럼은 단순한 정책 제안을 넘어, 경주가 나아가야 할 10년의 청사진을 그리는 자리가 됐다.첫 번째로 민대식 이사(지역상권경제포럼)는 “마을 전체가 호텔이다”... 주민 상생형 ‘경주 PASS’ 전략으로 황리단길과 연계한 ‘공간의 확장’에 주목했다. 민 이사는 “현재 경주 관광은 황리단길이라는 점(點)에 머물러 있다”며, 이를 시내권과 읍성으로 잇는 선(線)의 전략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구체적 방안으로 ‘마을호텔(CBT)’과 ‘경주 PASS’를 제시했으며, 민 이사는 또한 “주민 공동체가 중심이 되어 마을 전체를 하나의 호텔처럼 운영하고, 경주 패스를 통해 여행객이 시내권 상점가와 읍성을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유도해야 한다”며, “특히 황리단길과 금리단길, 봉황로를 잇는 여행객 동선 재설계는 지속 가능한 경주를 위한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두 번째 발표자인 김인석대표(스마틱스)는 데이터가 지휘하는 경주 관광, ‘TOS’ 도입 제안발표러 이목을 받았으며 경주 관광의 고질적인 문제인 ‘정보의 파편화’를 꼬집었다. 김 대표는 “현재 경주는 관광객이 어디서 오고 어디서 머무는지에 대한 정교한 데이터 관리가 부족하다”고 지적하며, 단순 정보 제공을 넘어 관광객 흐름을 실시간으로 관제하고 유도하는 ‘관광정책 운영 체제(TOS, Tourism Operating System)’ 구축을 강력히 제안했다.김 대표는 “APEC 이후 폭발적으로 늘어난 내외국인 관광객의 데이터를 자산화해야 한다”며, “디지털 인프라라는 뼈대가 갖춰질 때 비로소 경주 전역의 콘텐츠를 하나로 묶는 거버넌스가 힘을 발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이어진 종합 토론에서는 경주의 정체성을 어떻게 산업화하고 POST APEC 준비를 위해 무엇을 준비 해야 하는가에 대한 날카로운 제언들이 쏟아졌다.김규호 교수는 문화창조산업(CCIs)의 주도권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APEC 선언문에도 명시된 문화창조산업은 경주의 미래 먹거리”라며, “한국 문화의 원류인 신라 유산의 원형을 발굴해 재해석을 통한 데이터베이스(DB)화하고, 이를 현대적 콘텐츠로 가공할 수 있는 인재 양성 시스템을 제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동해선 등 광역철도망을 통한 관광객 대거 유입 전략이 병행되어야만 경주의 산업화가 완성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기만 대표는 로컬 브랜드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민간 주도 생태계’를 주문했다. 김 대표는 “관광객을 다시 오게 만드는 힘은 지자체의 홍보 책자가 아니라 매력적인 로컬 브랜드와 크리에이터들의 감각적인 콘텐츠”라며, “제주도의 사례처럼 경주도 지역 전문 크리에이터들을 공식 파트너로 삼아 그들이 마음껏 활동할 수 있는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특히 양희송 대표(해리하우스)의 발언은 장내에 큰 울림을 주었다. 경주로 귀촌해 7년간 현장을 지켜온 양 대표는 “수천억 원을 들여 대규모 하드웨어를 짓는 것은 막대한 유지비만 소모하는 ‘하드웨어의 저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일갈했다. 그는 “동학의 발상지로서 인문학적 가치를 재발굴하고, 시립도서관 내에 동리·목월 선생의 코너를 상설화하는 등 경주만의 고유한 정신적 자산을 부각하는 소프트웨어 중심의 10년 대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종합 토론에서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경주 관광의 `지속 가능성`을 우려했다. 현재 연간 4,700만 명이 찾는 경주 관광의 하드캐리는 단연 황리단길이지만, 역설적으로 황리단길에만 머무는 `섬 관광`이 경주의 확장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APEC 이후 외국인 관광객이 5배 이상 급증한 현시점에서, 이들을 황리단길 너머 시내권 읍성, 나아가 불국사나 동해안권까지 흐르게 할 `연계 전략`이 실종되었다는 비판은 뼈아프다.이채근 좌장이 던진 `황리단길의 지속성`에 대한 질문에 토론자들은 공통으로 `동선 혁명`을 답으로 내놨다. 황리단길의 트렌디함과 경주의 유구한 역사 자산인 읍성, 봉황로 상점가를 유기적으로 잇는 콘텐츠 개발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특히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는 단순한 유적지 관람을 넘어, 양희송 대표가 강조한 동학의 인문학적 가치나 동리·목월의 문학적 감수성처럼 `경주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독창적 소프트웨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제공하는 것이 급선무다. 이러한 유·무형의 콘텐츠들이 외국인의 눈높이에 맞게 디지털화되어 제공될 때, 경주는 비로소 세계적인 문화도시로 안착할 수 있다.이 모든 흩어진 구슬을 꿰어 보배로 만들 실질적 대안으로 ‘시티패스(경주 패스)’ 구축이 강력하게 대두됐다. 김인석 대표와 민대식 이사가 공통으로 강조한 경주 패스는 단순한 할인권이 아니다. 이는 외국인 관광객이 스마트폰 하나로 교통, 숙박, 체험, 결제까지 해결할 수 있는 ‘경주 관광의 디지털 통합 관제탑’이다.
결국 POST-APEC 경주의 성패는 황리단길의 낙수효과를 기대하는 수동적 태도에서 벗어나, 경주 패스라는 강력한 소프트웨어 플랫폼 위에 경주만의 고유한 콘텐츠를 얹어 외국인들이 스스로 지갑을 열게 만드는 `능동적 체계 구축`에 달려 있다.이날 포럼을 마무리지으며 참석자들은 "에이펙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세계가 다시 찾는 경주를 위해 행정과 민간이 `경주 패스`라는 하나의 시스템 안에서 유기적으로 협력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이채근좌장은 마무리 발언을 통해 “황리단길의 성공은 반갑지만, 그 에너지가 경주 전체로 퍼지지 못하는 현실은 뼈아픈 대목”이라고 짚었다. 참여자들 역시 “APEC을 기점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5배 이상 늘어난 지금이 경주가 세계적인 도시로 거듭날 마지막 기회”라며, “디지털 시스템(IT)과 로컬 콘텐츠(Human)의 유기적 결합만이 해답”이라는 데 뜻을 모았다.이번 포럼은 APEC 개최라는 영광을 넘어, 경주가 어떻게 ‘다시 찾고 싶은 도시’가 될 것인가에 대한 실질적인 이정표를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