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 선거가 또다시 ‘깜깜이 선거’라는 오명을 벗지 못했다. 6·3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도 교육감 선거는 유권자의 관심을 제대로 끌지 못했고, 후보와 공약을 충분히 알지 못한 채 투표하는 일이 반복됐다. 교육감 직선제는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주민자치를 실현하겠다는 명분으로 도입됐다. 그러나 2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지금, 제도는 본래 취지와 달리 유권자에게 낯설고 어려운 선택만 강요하는 방식으로 굳어지고 있다.
교육감은 결코 상징적인 자리가 아니다. 교원 인사권과 교육정책 결정권, 지방교육재정 운용권을 가진 막강한 자리다. 한 지역의 유치원과 초·중·고 교육 방향을 바꿀 수 있고, 학생과 학부모, 교사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럼에도 선거 과정에서는 교육 철학과 정책 경쟁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후보 이름조차 생소한 경우가 많고, 정당 공천이 배제돼 유권자가 판단할 수 있는 정보도 제한적이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을 지키겠다는 명분이 오히려 유권자의 알 권리를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무효표 증가는 현행 제도의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교육감 선거의 무효표는 단체장 선거보다 훨씬 높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단순 기표 실수로만 볼 수 없다. 유권자들이 교육감 선거의 의미와 후보 정보를 충분히 알지 못한 채 투표장에 들어서고 있다는 신호다.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기 때문에 겉으로는 투표율이 높아 보이지만, 실제 관심도는 매우 낮다. 투표소에 들어선 유권자조차 누구를 선택해야 할지 모르는 선거라면 민주주의의 절차만 남고 내용은 사라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교육감 선거가 교육정책 경쟁이 아니라 진영 대결과 단일화 싸움으로 변질됐다는 점이다. 후보들은 ‘보수 단일후보’, ‘진보 단일후보’라는 수식어에 기대고, 선거운동은 아이들의 미래보다 정치적 편 가르기에 가까워지고 있다. 의무적으로 진행되는 방송 토론 역시 유권자의 관심을 이끌기에는 부족하다. 결국 교육감 선거에서 정작 교육은 사라지고, 단일화 여부와 진영 구도가 당락을 좌우하는 비정상적인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공약 경쟁도 우려스럽다. 교육의 질을 높이고 학교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고민보다 현금성 지원 공약이 앞세워지고 있다. 입학준비금, 교육바우처, 사회진출지원금, 교육기본소득 등 이름은 다양하지만 핵심은 ‘얼마를 더 줄 것인가’에 맞춰져 있다. 학생 수는 줄어드는데 교육재정은 늘어나는 구조 속에서 이런 공약이 남발된다면, 이는 교육자치가 아니라 선거용 포퓰리즘에 가깝다. 교육감 선거가 교육의 미래를 논하는 장이 아니라 예산 나눠주기 경쟁으로 흐르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물론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직선제가 그 가치를 제대로 실현하고 있는지는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주민직선제만이 교육자치의 유일한 길이라는 고정관념에서도 벗어날 필요가 있다. 교육위원회 강화, 후보 자격 요건 개선, 선거 방식 개편, 임명제 또는 새로운 교육자치 모델 등 다양한 대안을 놓고 사회적 숙의가 필요하다. 다만 시도지사 러닝메이트제처럼 교육을 정당정치에 종속시킬 우려가 있는 방식은 신중해야 한다.
교육은 백년대계다. 교육 없는 교육감 선거를 계속 방치하는 것은 아이들의 미래를 방치하는 일과 다르지 않다.
김장하(전 경상북도 명예 감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