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고금리·고환율이라는 이른바 ‘3고(高)’ 현상이 한국 경제 전반을 압박하고 있다. 환율은 달러당 1500원을 넘어 1560원 안팎까지 치솟으며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위협하고 있고, 물가는 다시 3%대로 올라섰다. 여기에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커지면서 서민 가계와 중소기업, 자영업자의 부담은 한계에 가까워지고 있다. 정부 일각에서는 이를 경제 도약 과정에서 치러야 할 ‘성공의 비용’이라고 설명하지만, 시장과 민생 현장에서 체감하는 현실은 결코 낙관적이지 않다. 지금 필요한 것은 위기 불안을 덮는 말이 아니라 충격을 줄이는 실질적 대책이다.   무엇보다 고환율의 파장이 심각하다. 원화 약세는 수입 물가를 끌어올리고,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 상승을 통해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국제유가 상승과 중동 정세 불안까지 겹치면서 휘발유·경유 가격은 물론 물류비, 공산품 가격, 서비스 요금까지 연쇄적으로 오르고 있다. 장바구니 물가도 예외가 아니다. 쌀, 대파, 과일, 여름철 먹거리 가격이 오르면서 서민들이 매일 마주하는 식탁 부담은 통계 수치보다 훨씬 크게 다가온다. 특히 대구·경북처럼 전국 평균보다 높은 생활물가 상승률을 보이는 지역에서는 체감 고통이 더 클 수밖에 없다.   물가를 잡기 위한 금리 인상 가능성도 민생에는 또 다른 압박이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대출금리가 따라 오르고, 이는 가계의 이자 부담과 내수 위축으로 이어진다. 이미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높은 수준에 머물고 있고, 자영업자와 청년층, 은퇴 가구의 부채 부담은 빠르게 커지고 있다. 가계부채 규모가 막대한 상황에서 금리 상승은 소비를 얼어붙게 만들고, 소비 감소는 다시 골목상권과 중소기업의 매출 악화로 이어진다. 고물가를 잡기 위한 정책이 또 다른 민생 위기를 부르는 악순환을 경계해야 한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3고 현상이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수출 대기업과 일부 자산시장은 호황을 누릴 수 있지만, 저소득층과 영세 자영업자에게 3고는 생존의 문제다. 소득 하위 계층은 이미 소득 대부분을 식비, 주거비, 공공요금 등 필수생계비로 지출하고 있다. 이들에게 물가 상승은 선택적 소비를 줄이는 문제가 아니라 하루하루의 생활을 버티는 문제다. 금융비용이 늘어나면 한계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은 더 큰 타격을 입는다. 3고의 충격을 시장 자율과 서민의 인내에만 맡겨서는 안 되는 이유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시장 불안 심리를 안정시키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환율 급등이 펀더멘털에 비해 과도하다면 보다 분명한 시장 안정 의지를 보여야 하고, 외국인 자금 흐름과 외환시장 변동성에 대한 면밀한 관리도 필요하다. 통화정책과 재정정책, 금융지원책이 따로 움직여서는 효과를 내기 어렵다. 물가 안정, 외환시장 안정, 취약계층 보호, 중소기업 자금 지원을 함께 고려하는 정교한 정책 조합이 요구된다.   동시에 선별적 민생 지원도 서둘러야 한다. 에너지 비용과 식료품 가격 상승에 취약한 저소득층, 고령층, 영세 자영업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일시적 유동성 위기에 빠진 중소기업과 건설업계에 대한 금융 안전판도 마련해야 한다. 다만 무차별적 현금 살포가 아니라 실제 위기를 겪는 계층에 집중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수입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고, 산업 경쟁력과 내수 기반을 강화하는 구조개혁도 병행해야 한다.   3고는 단순한 경제지표의 문제가 아니다. 서민의 밥상, 자영업자의 가게, 중소기업의 자금줄, 청년과 은퇴 가구의 대출 상환 부담과 직결된 민생 위기다. 경제 도약의 과정이라는 낙관론만으로는 국민의 불안을 잠재울 수 없다. 정부는 지금의 충격을 냉정하게 직시하고, 민생 방어막을 더 촘촘히 세워야 한다. 3고 시대의 고통을 가장 약한 계층이 먼저 떠안게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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