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이 수주한 체코 두코바니 원전 건설 사업이 유럽연합의 역외보조금 심층조사를 받지 않게 됐다. 유럽집행위원회가 한수원과 팀코리아를 대상으로 진행해 온 예비검토를 마무리하고, 심층조사를 개시하지 않겠다고 공식 통보한 것이다. 이는 행정 절차의 종료를 넘어 한국 원전 산업의 신뢰성과 국제 규범 준수 역량을 확인받은 의미 있는 결정이다.
EU 역외보조금규정은 유럽 밖 국가가 자국 기업에 과도한 재정적 지원을 제공해 EU 역내 시장의 공정 경쟁을 왜곡하는지를 살피는 제도다. 두코바니 원전 수주전에서 탈락한 프랑스 전력공사 EDF가 한수원과 팀코리아의 보조금 문제를 제기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국내에서도 한때 ‘저가 수주’ 의혹과 사업 차질 우려가 제기됐다. 그러나 EC가 관련 자료와 설명을 검토한 끝에 심층조사를 하지 않기로 한 것은 이 같은 우려가 상당 부분 해소됐음을 뜻한다.
이번 결정은 한국 원전 수출에 중요한 분기점이 될 수 있다. 체코 두코바니 원전 사업은 1000MW급 한국형 원전 APR1000 2기를 공급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총 사업비만 약 26조원 규모로 알려져 있으며, 한국 원전 산업의 유럽 시장 진출을 가늠하는 핵심 사업이다. 유럽은 원전 안전성, 기술 기준, 계약 투명성, 금융 구조 등을 엄격하게 따지는 시장이다. 이러한 시장에서 제기된 보조금 논란을 넘었다는 것은 한국 원전의 기술력과 사업관리 능력뿐 아니라 국제 법규 대응 능력까지 평가받았다는 의미가 있다.
물론 이번 결정만으로 모든 과제가 끝난 것은 아니다. 원전 사업은 수주보다 이행이 더 중요하다. 설계, 기자재 공급, 시공, 안전관리, 인허가, 현지 협력 등 장기간에 걸친 복합 사업이다. 작은 일정 지연이나 품질 문제가 전체 사업의 신뢰를 흔들 수 있다. 한수원과 팀코리아는 이번 결정을 성과로만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더 엄격한 책임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체코 발주사와의 협력은 물론 현지 정부, 규제기관, 지역사회와의 소통도 강화해야 한다.
정부 역시 후속 지원에 소홀해서는 안 된다. 원전 수출은 한 기업의 수주에 그치지 않는다. 설계, 건설, 기자재, 정비, 금융, 인력 양성까지 국내 산업 생태계 전반과 연결된다. 체코 사업이 성공적으로 수행되면 향후 유럽과 중동, 아시아 원전 시장에서 한국의 입지는 한층 넓어질 수 있다. 반대로 사업 수행 과정에서 차질이 생기면 어렵게 쌓은 신뢰가 무너질 수 있다. 정부는 외교·통상·금융·기술 지원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원전 수출의 안정성을 높여야 한다.
특히 이번 사안은 원전 수출 경쟁이 단순한 가격 경쟁이 아니라 국제 규범과 제도 대응의 경쟁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앞으로도 경쟁국의 견제와 법적 문제 제기는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 원전 산업은 기술력만으로는 부족하다. 계약의 투명성, 재원 조달의 적정성, 공급망 관리, 안전 기준 준수까지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수준을 선제적으로 갖춰야 한다.
체코 원전의 역외보조금 리스크 해소는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진짜 평가는 이제부터다. 한수원과 팀코리아는 이번 결정을 발판으로 삼아 체코 두코바니 원전 사업을 차질 없이 완수해야 한다. 그것이 한국 원전 산업의 경쟁력을 세계 시장에 다시 한 번 입증하는 길이며, K-원전 수출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여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