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0명이 참석한 설명회. 총사업비 1615억 원이 투입되는 경주시의 대규모 공공사업 현장에서 벌어진 씁쓸한 촌극이다. 경주시는 천북면 공공하수처리장 일원에 하수찌꺼기, 음식물류폐기물, 가축분뇨 등 일일 총 300톤을 처리하는 `경주 클린에너지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주민`은 이 거대한 청사진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다.이른바 `바이오가스법` 시행에 따라 2026년부터 부과될 약 11억 원 규모의 과징금을 방어하기 위해 시설 착공이 시급하다는 것이 경주시의 논리다. 사업 제안자인 현대건설 측은 악취 유발 공정을 전면 지하 3층으로 밀폐하고 상부를 생태공원화하겠다는 장밋빛 계획을 밝혔다. 시 역시 연간 10억 원의 운영비 절감과 바이오가스 판매 수익 등을 내세우며 경제성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그러나 짚고 넘어가야 할 명백한 사실이 있다. 전면 지하화가 이루어지더라도 하루 300톤의 폐기물을 실어 나르는 수십 대의 대형 차량은 버젓이 지상을 달린다. 사업지 인근은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밀집해 3만 명 이상이 거주하는 천북면과 용강동 생활권이다. 악취 유출 우려, 교통안전 위협 등 주민 생활권 침해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은 그 어디에도 뚜렷하게 제시되지 않았다. 심지어 관할 공무원들조차 사업 내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쉬쉬 행정`의 전형을 보여주었다.과거 천군동 자원순환시설 운영에 참여했던 서희건설의 뼈아픈 실패 사례를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투명한 정보 공개와 주민의 동의 없는 민간투자(BTO·BTL) 방식의 밀실 추진은 결국 걷잡을 수 없는 의혹과 갈등만을 양산할 뿐이다.`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다`는 옛말은 작금의 경주시 행정에 가장 적합한 경구다. 가축분뇨와 음식물폐기물 처리장 같은 대표적인 님비(NIMBY) 시설을 건립할 때, 얄팍한 행정 편의주의로 초기 주민 의견 수렴 과정을 생략하면 어떤 결과가 초래되는가. 당장의 설명회를 조용히 넘겼다고 안도할지 모르나, 포크레인이 땅을 파는 순간 분노한 주민들의 거센 항의와 물리적 충돌, 지루한 행정 소송이 이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결국 공사 지연과 설계 변경으로 수백억 원의 피 같은 세금이 낭비되고, 지역 공동체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게 된다.지방자치의 본질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불가피한 혐오시설이라 할지라도, 그 과정을 얼마나 투명하게 공개하고 주민을 설득해 내느냐에 있다. 당장의 과징금을 피하려다 행정에 대한 시민의 굳건한 신뢰를 잃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운영에 소요되는 막대한 전력 사용량과 구체적인 비용 지출 내역 등 가려진 데이터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실질적 이해당사자인 인근 주민들을 대상으로 제대로 된 공청회를 다시 열어야 한다.경주시 공직사회는 이번 사태를 통해 절실히 깨달아야 한다. 갈등 관리는 사후 약방문이 아니라 사업 계획 단계에서 선제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시의회 역시 맹목적인 거수기가 아닌, 시민의 눈과 귀를 대신해 절차적 정당성을 철저히 감시해야 할 때다. 밀실 행정이라는 시한폭탄의 뇌관을 해체하는 유일한 열쇠는 `투명성`과 `진정성 있는 소통`뿐임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김장하(전 경상북도 명예 감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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