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경주의 대시인 박목월 선생의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다. 한 해 동안 한국 근대문학의 대표주자인 그를 추모하기 위한 행사가 줄을 이었다. 이 중에서 지난 11월 3일 경주예술의전당 알천미술관에서 오픈한 전시행사 ‘목월, 그림으로 환생하다’는 꽤나 특별하다. 목월의 시를 회화, 조각, 공예, 서예 등의 미술장르로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4층 대전시실 입구에 들어서면 먼저 선생의 초상을 접할 수 있다. 최복은 작가의 ‘박목월 서재에서’이다. 최작가가 1969년 생전의 선생을 스케치한 것을 올해 그림으로 완성시켰다. 초상화 옆에는 동리목월문학관에서 제공한 목월선생의 다큐영상큐브와 육필원고가 놓여 있다.
코너를 돌면, 이번 전시의 첫 번째 주제가 펼쳐진다. 목월선생의 초기작품과 관련예술작품으로 구성된 ‘달빛 속에서’이다. ‘임’, ‘윤사월’, ‘삼월’, ‘달무리’, ‘길처럼’ 등의 주옥같은 시가 이어지더니 국민 시 ‘나그네’ 코너가 정수암 작가의 서예로 시작된다. 함남식 작가의 주전자 안에는 나그네의 고단함을 씻어낼 막걸리가 들어있는 듯하다. 이어서 첫 번째 주제의 키워드 ‘달’을 모티프로 한 작품들이 마지막을 장식한다.
두 번째 주제는 ‘돋보기 안경너머’이다. 코너를 돌면 바로 나타나는 시 ‘개안(開眼)’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나이 60에 겨우 꽃을 꽃으로 볼 수 있는 눈이 열렸다.’ 목월선생의 중․후기작품을 다룬다. ‘산철쭉’, ‘산’, ‘바람소리’, ‘빈 컵’, ‘크고 부드러운 손’, ‘겨울장미’, ‘노래’, ‘고향에서’가 숨 가쁘게 이어지더니 ‘사월의 노래’로 방점을 찍는다. 자연스레 권도영 작가의 조각품 ‘사월의 노래’에 아쉬운 발길이 머물게 된다.
김완준 경주예술의전당 관장은 “감사하게도 이번 전시에 지역 예술가 74분이 참여하셨다. 지역의 문인 선배를 기리는 예술가 후배들의 모습이 아름답다.”라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국비지원사업인 이번 전시는 12월 6일까지 열린다. 개장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다.
입장료 무료. 문의 1588-4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