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가 소형모듈원자로(SMR) 국가산업단지 유치를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SMR을 지역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아 산업 인프라를 조성하고 일자리와 지역 경제를 동시에 견인하겠다는 구상이다. 시는 관련 기업들과 간담회를 열고, 3D프린팅 제작지원센터 구축 등 세부 계획을 세워 의회 승인까지 받는 등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경주시의 행보는 다소 앞서 나간 결정이라는 우려도 크다. 정부 차원의 SMR 정책 기조는 여전히 뚜렷하지 않다. 이재명 정부가 감원전(減原電) 기조를 표방하며 원전 정책에 일부 유연성을 보이고는 있으나, SMR에 대한 연구개발 예산은 대폭 삭감되었고, 관련 사업 일정도 줄줄이 연기되고 있다. 연구개발 주체인 한국원자력연구원조차 실증 단계에 들어서지 못한 상황에서, 지방정부가 주도하는 산업단지 조성은 현실과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다.
특히 SMR 기술은 아직 실험과 검증을 거치는 초기 단계다. 시장 수요, 국제 규제, 안전성 검토 등 복합적인 요소가 작동하는 가운데, 국가 차원의 구체적인 추진 계획과 로드맵이 선행되어야 지방정부의 산업화 계획도 힘을 받을 수 있다. 단순히 선도적인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선언적 사업`만 내세운다면, 결국 시민 기대만 부풀리고 실효성은 담보하지 못한 채 공허한 행정으로 끝날 수 있다.
경주시의 의지와 노력은 분명 고무적이다. 그러나 ‘지금은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한 시점’임을 명심해야 한다. 중앙정부와 긴밀히 협력하고 정책적 연계성을 높이는 전략이 없다면, SMR 국가산단은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 실현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선 기술·예산·정책의 삼박자가 맞아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과도한 낙관이 아닌 냉철한 현실 진단이다. 경주시는 시민들에게 희망만이 아닌, 신뢰를 줄 수 있는 정책적 무게 중심을 잡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