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가 최근 “4년 만에 인구 순유입 전환”이라는 성과를 내세우며 인구 정책의 성과를 홍보하고 있지만, 실제 통계를 들여다보면 상황은 전혀 다르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인구 감소 추세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음에도 일부 지표만 강조해 마치 인구 구조가 반전된 것처럼 홍보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경주시에 따르면 2025년 12월 말 기준 주민등록 인구는 24만4055명이다. 시는 이 통계를 근거로 전입·전출 등 사회적 요인에 의해 890명의 순유입이 발생했다고 설명하며 2021년 이후 이어진 인구 유출 흐름이 끊겼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전체 인구 규모로 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경주시 인구는 이미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2024년 말 인구와 비교해도 감소했고, 2025년 2월 말 기준 24만4769명과 비교하면 불과 1년 사이 700명 이상 줄어든 상태다. 자연 감소 역시 1604명으로 나타나 출생보다 사망이 훨씬 많은 구조적 인구 감소가 계속되고 있다. 결국 사회적 이동에서 일시적으로 전입이 조금 늘었다고 해서 전체 인구 감소 흐름이 바뀐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순유입 전환’이 정책 성과라기보다 특정 지역의 대규모 아파트 입주 영향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인구 증가의 상당 부분은 건천읍에서 발생했다. 건천읍은 전년 대비 4095명이 늘었는데, 이는 화천 역세권 일대 대규모 아파트 단지 입주가 시작되면서 일시적으로 전입이 집중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지자체 인구가 순유입으로 전환되는 경우는 일반적으로 대규모 산업단지 조성에 따른 일자리 창출, 수도권 대체 주거지 형성, 또는 농어촌 기본소득과 같은 강력한 정책 지원이 뒤따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경주의 경우 이러한 구조적 변화 없이 특정 주거단지 입주에 따른 단기적 이동을 인구 정책 성과로 포장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국가 통계 흐름을 보더라도 인구 이동 자체가 줄어드는 상황이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5년 국내 인구이동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이동 인구는 611만8000명으로 1974년 이후 51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주택 경기 변화와 입주 물량 감소, 인구 구조 변화 등으로 이동 자체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일부 전입 증가만을 근거로 정책 성과를 강조하는 것은 통계 해석의 균형을 잃은 것이라는 지적이다.
더구나 경주시는 인구 정책 성과로 합계출산율 0.94명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 역시 절대적인 수치로 보면 여전히 심각한 저출생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전국 평균보다 약간 높다고 해서 지역 인구 구조가 개선됐다고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홍보가 정책 현실을 가리는 ‘착시’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경주는 청년 유출, 일자리 부족, 고령화 심화 등 구조적인 인구 문제를 안고 있다. 관광 도시라는 특성상 체류 인구는 많지만 정주 인구 증가로 이어지는 구조는 여전히 취약하다. 최근 정부가 지방교부세 산정 기준에 ‘생활인구’를 포함하면서 각 지자체가 체류 인구 확대 전략에 집중하고 있지만, 정작 정주 인구 감소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구 감소 시대에 단순한 수치 홍보보다 현실적인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일자리 창출과 청년 정착 정책, 안정적인 주거 공급과 교육·의료 환경 개선 등 장기적인 도시 경쟁력을 높이는 정책이 병행되지 않으면 인구 문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결국 경주시의 ‘순유입 전환’ 발표는 인구 감소 현실을 근본적으로 바꾼 변화라기보다 특정 시기의 인구 이동을 확대 해석한 측면이 크다는 평가다. 인구 감소라는 구조적 위기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단기적 통계 변화에 기대 성과를 강조하는 홍보는 시민들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