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도심의 풍경이 변하고 있다. 대단위 아파트가 들어선 신도시 외곽은 학생 수 증가세를 보이지만, 구도심 안 초등학교의 교실은 해마다 텅 비어간다. 2025학년도 기준, 경주 지역 초등학생 수는 사상 처음으로 1만명선이 무너져 9,670명으로 집계됐다. 불과 10년 전 2,145명이던 신입생 수는 올해 1,282명으로, 40% 넘게 줄어들었다. 특히 도심권 학교의 감소세는 더욱 뚜렷하다. 계림초, 월성초, 신라초 등 전통 있는 도심 학교들조차 통폐합 논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초저출산의 파고가 단순한 인구문제가 아니라 교육의 존립 자체를 흔들고 있는 것이다.사라지는 교실…1명 입학하는 학교도경주교육지원청의 발표에 따르면 올해 시내 15개 초등학교 학생 수는 6,150명으로 지난해보다 504명이 줄었다. 특히 유림초는 111명이 줄어 가장 큰 감소폭을 보였고, 황성초, 금장초 등 다수 학교가 50명 이상 감소했다. 심지어 양남초·의곡초는 입학 예정 학생이 1명뿐이다. 이러한 학생 수 급감은 결국 교사 채용 축소, 교육의 질 저하, 교육격차 심화로 이어진다. 공립교원 정원이 처음으로 줄어든 2023학년도 이후 교대 인기도 빠르게 하락 중이다. 신입생이 줄면 교사도 줄고, 교사가 줄면 교육도 흔들린다.“학교 부지를 시민 공간으로”…논쟁 촉발이런 가운데 몇 해 전 주낙영 경주시장은 SNS를 통해 도심권 소규모 학교 통폐합 및 이전을 제안했다. 통합 대상으로 계림초, 월성초, 신라초를 지목하며, 해당 부지를 지하주차장·커뮤니티 센터·체육시설 등 시민 생활 인프라로 활용하자는 방안이다. 주 시장의 제안은 교육적 관점과 도시계획적 관점을 동시에 아우른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실제로 신라초 부지는 황리단길 초입에 위치해 도심 내 접근성과 활용도가 매우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여기에 정부도 최근 고위당정협의회를 통해 폐교 부지를 주민 편의시설로 활용할 경우 특별교부금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정책적 뒷받침도 마련됐다. 신라초는 지난해 학생 수 52명으로 교육부 통폐합 기준(60명)에 미달했으며, 올해도 66명(특수 포함)에 불과하다. 통폐합 논의는 실현 가능성이 높아졌고, 월성초로의 학군 통합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등 뜨거웠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대 의견도 거세졌다. 동문회의 정서적 반발은 물론, 경북교육청이 추진 중인 ‘작은학교 살리기’ 자유학구제와도 충돌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라초는 자유학구제를 통해 12명의 전입 학생을 유치한 바 있다. 인구 급감···학교 재배치 ‘뜨거운 감자’인구 감소에 따른 학령인구도 급감 현상을 겪고 있는 반면 최근 조성된 신도시에서는 과밀학급 문제로 골머리를 앓으면서 학교 재배치를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내년 2026년 신경주역세권 내에서 개교 예정인 신설 초등학교의 교명 선정을 위한 공모가 진행되고 있어 원도심권의 폐교예정인 초등학교의 경우 학교이전을 서둘러야 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19년 3월 1일, 황남동의 상징적 학교였던 황남초등학교가 우여곡절 끝에 용강동으로 이전해 새롭게 출발했다. 37학급 규모로 용강동에서 개교한 황남초의 이전은 단순한 물리적 이동을 넘어, 적정규모 학급 운영과 지역 균형 교육을 위한 공공정책의 결과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교육의 가치냐, 도시 활성화냐교육전문가들은 학교 폐교는 단순한 행정 조정이 아니라 지역 소멸의 신호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반면 지방정부는 텅 빈 교실과 비효율적 예산 운영을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이 갈등이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해결될 수 있다는 이분법적 인식이다. 도심 내 초등학교 부지는 단순한 부동산이 아니다. 오랜 역사와 추억이 서린 지역 공동체의 심장이며, 동시에 변화된 도시 구조 속에서 다시 숨을 불어넣을 수도 있는 잠재적 자산이다. 지금 경주가 마주한 과제는 이 둘을 어떻게 균형 있게 조화시킬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다. 하편에서는 폐교 부지의 실제 활용사례와 정부의 새로운 가이드라인, 그리고 경주형 대안을 중심으로 해법을 모색해본다. 이종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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