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가 주최하고 경주시축구협회가 주관한 제32회 경주시장배 시민축구대회 중장년부 결승전에서 우승팀을 ‘가위바위보’로 결정한 사실이 드러나 시민과 축구계의 비판이 거세다. 폭염과 경기장 사정을 이유로 양 팀의 ‘합의’ 하에 결정됐다고 하나, 이는 정식 경기 운영 원칙을 무시한 명백한 비상식적 조치였다.
해당 대회는 경주시가 500만 원의 예산을 지원해 운영된 공공 행사로, 단순한 사설 대회가 아니다. 세금이 투입된 행사에서 최종 경기 결과를 장난처럼 결정한 것은 공공 책임의 본질을 훼손한 셈이다. 더군다나 경주시는 오랜 기간 ‘화랑대기 전국 유소년축구대회’를 통해 유소년 스포츠 도시로서의 위상을 다져왔고, 이번 사건은 그러한 이미지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폭염으로 정상적인 경기가 어려웠다면, 일정 조정이나 승부차기 등 공정한 대체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대회 주최 측의 책무다. 시민 참여를 기반으로 한 생활체육의 기본은 정정당당한 경쟁과 투명한 운영이다. 현장의 부주의와 책임 회피가 이번 사태의 본질이며, 이는 단순 해프닝이 아니라 경주시 스포츠 행정 전반에 대한 신뢰를 흔드는 문제다.
경주시와 축구협회는 이번 사안을 엄중히 받아들이고, 명확한 사과와 함께 제도적 재발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오는 8월 열릴 화랑대기를 앞두고, 체계적 운영 매뉴얼 정비와 시민 의견 수렴 절차 등이 시급하다. 스포츠는 단순한 놀이가 아니다. 원칙과 책임이 존중될 때 비로소 공동체의 신뢰와 감동을 만들어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