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 학교 가다 사고 나면 누가 책임집니까?" 외동읍에 위치한 석계초등학교 정문 앞 통학로가 보행자 안전을 고려하지 않은 채 방치돼 있어 학부모들과 지역사회가 깊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으로 지정된 구간임에도 불구하고 인도와 차도의 구분이 없고, 안전펜스, 차단봉, 연석 등 기본적인 안전시설이 거의 설치돼 있지 않아 학생들이 매일 등하굣길마다 생명을 위협받는 상황이다.   기자가 최근 현장을 찾았을 때, 석계초등학교 정문 앞 도로는 양방향 통행조차 어려운 좁은 폭의 도로였다. 도로에는 보행자를 보호하는 인도나 안전펜스, 차도와 인도를 구분하는 시설이 전무했다. 대신, 차량들이 보행자와 같은 공간을 공유하며 위태롭게 통행하고 있었다. 하교 시간 무렵에는 학생들을 태우기 위해 몰려든 학원 차량과 학부모 차량, 일반 차량들이 좁은 도로 위에서 엉켜 혼잡이 극심했고, 이로 인해 어린이들이 차량 사이를 피해 길을 걷는 위험한 장면이 이어졌다.   게다가 도로 상태도 심각했다. 곳곳에 깊게 패인 도로는 비가 내린 뒤 커다란 웅덩이를 형성해, 아이들이 이를 피하려다 오히려 차도로 더 깊숙이 들어서야 하는 실정이다.석계초 인근 주민이자 학부모인 이 모 씨(38)는 “아이들이 도로를 건널 때 차량이 오는지 확인도 하지 않은 채 뛰쳐나오는 모습에 깜짝 놀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며 “차량과 바로 맞닿아 있는 도로 위로 매일같이 등하교하는 모습을 보면 언제 사고가 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떨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현장에서는 어린이 보호구역을 알리는 붉은색 노면 도색이 일부 구간에만 있었고, 정작 횡단보도나 주의 안내판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보행자도로가 설치된 구간은 학교 진입 방향 일부에만 국한됐으며, 정문 앞 도로와 최근에 준공된 학교 담 사이에는 보도도 없이 차량이 바로 붙는 구조였다.또 다른 학부모 정 모 씨(41)는 “차에 치일 뻔한 아이를 직접 본 학부모가 한둘이 아니다. 우리는 수차례 민원을 넣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늘 비슷하다”며 “아이가 다치고 나서야 고쳐질까 봐 너무 두렵다”고 울분을 토했다.   경주교육청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석계초 주변은 산업단지가 많아 오가는 화물차는 물론 일반 차량의 통해도 많은 지역이지만 도로 구조 개선이 쉽지 않다”며 “예산 부족도 현실적인 문제다. 하지만 학부모들의 우려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며, 가능한 범위 내에서 우선 조치 가능한 부분부터 순차적으로 보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또 “우선은 통학 시간대에 안전요원 배치와 노면 도색 정비, 임시 차단봉 설치 등 실현 가능한 대책부터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눈에 보이는 변화는 여전히 없다"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최근 석계초 외에도 경주지역의 비슷한 스쿨존 안전시설 미비 사례가 보고되면서 전반적인 어린이 보호구역 실태 점검과 제도 개선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어린이 보호구역 지정은 단순히 도색이나 표지판만 세운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실질적인 보행자 보호 구조와 차량 통행 통제가 병행돼야 한다”며 “아이들 생명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예산 타령으로 미룰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석계초 스쿨존 문제는 학교의 문제가 아니다. 교육당국과 지자체가 전반적인 스쿨존 실태를 재점검하고,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종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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