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가 유림지하차도 구조개선 사업과 관련해 기존 6차선에서 4차선으로 축소하는 변경안을 제시했다. 이는 공사 초기부터 제기된 주민 반발과 유림숲 훼손 우려를 일정 부분 반영한 조치로, 경주시가 시민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주민대책위원회는 해당 안을 즉시 수용하지 않고, 시간을 두고 보다 폭넓은 주민 의견을 수렴하기로 하면서 갈등 해소의 단초는 마련됐지만 아직 최종 해법은 요원한 상황이다.   유림지하차도 구조개선 사업은 단순한 도로확장이 아닌, 침수 문제 해결과 지역 교통환경 개선을 위한 중장기 도시계획의 일환이다. 그러나 도시개발의 명분이 시민의 삶의 질과 자연환경 보존이라는 현실의 가치를 침해할 경우, 공공사업은 그 본래 취지를 잃게 된다.     이번 변경안은 도로 폭을 11.5m 줄이고 차로 수도 2개 줄이면서, 유림숲 훼손 최소화와 인접 아파트 단지와의 간섭을 줄이겠다는 의도를 담고 있다. 그러나 주행성 저하, 임시 우회도로 개설 등 또 다른 문제를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대안이 될 수 있는지는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있다.   경주시가 이번 변경안을 ‘사실상 최종안’으로 제시한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주민들과의 신뢰 형성을 위해서는 다양한 대안을 열어두고 대화를 이어가야 하며, 정책 결정 과정에서의 유연성과 상호 존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유림숲이라는 도심 속 소중한 녹지와 시민 일상의 가치가 걸려 있는 만큼, 단순한 기술적 조정이나 설계 변경만으로는 문제 해결이 어렵다.   이제 경주시와 주민대책위는 진정한 소통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 공사는 일시적으로 지연될 수 있지만, 시민의 공감과 합의 없는 강행은 장기적으로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 공공성과 환경, 안전과 삶의 질이 균형을 이루는 방향으로 지혜로운 해법이 도출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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