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장마와 태풍은 해마다 되풀이되지만, 그 피해는 해마다 새롭고 예상보다 더 깊다. 기후위기로 인해 국지성 집중호우, 이례적 폭우가 빈번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 사회가 재해에 어떻게 대비하느냐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로 부상했다.
경주시는 최근 농업용 배수펌프장 7개소에 대한 일제 정비와 시운전을 완료하고, 집중호우 및 태풍 대비 체계를 본격 가동했다. 총 1억원을 투입한 유입수로 정비와 함께, 각 펌프장의 시설별 작동 상태를 직접 점검하고, 실제 강우 조건을 가정한 가동 테스트까지 실시하는 등 실효적 대응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수혜면적이 가장 넓은 강동면 일대에 집중된 정비와 경상북도 재난관리과와의 합동 점검은 지역 농업 기반을 보호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배수펌프장 운영을 위한 기간제 인력 배치를 통해 평시 관리와 긴급 대응을 동시에 충족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한 점도 눈에 띈다. 집중호우 시 배수 펌프의 실시간 가동, 수위 감시, 부유물 처리 등 현장 대응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 침수 피해는 순식간에 확산될 수 있다. 이번 조치는 실질적인 ‘골든타임’ 확보의 의미를 갖는다.
한국농어촌공사 경주지사 역시 장마를 앞두고 6종 300개 시설물과 9개 건설 현장에 대해 정밀 안전점검을 진행하며 재해 대응 태세를 갖췄다. 급경사지, 저수지, 방류시설 등 재난 취약 지점을 중심으로 시행된 점검은 여름철 빈번히 발생하는 저지대 범람, 구조물 파손 등 2차 피해 예방에 중요한 기초가 된다. 여기에 개보수 현장의 배수능력 확보, 장비·인력 대기 상황 점검 등은 재난 발생 시 신속한 복구의 핵심 동력이 될 것이다.
더불어 경주시는 산업단지 내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집중 점검에도 돌입했다. 특히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13개 미준공 산업단지를 대상으로 사면·옹벽·배수시설 등 구조물의 안전 상태를 확인하고, 수방 자재와 비상연락망 등 응급대응 체계도 함께 점검한다. 이는 경제 기반인 산업단지의 재해 피해를 최소화하고, 기업과 시민 모두가 안심할 수 있는 안전한 경주를 위한 행정의 의지를 보여준다.
재난 대응은 단발적 조치나 사후 복구만으로는 불충분하다. 예방 중심의 선제 조치, 반복적 점검, 현장 중심 대응체계, 인력 운용, 시민과 기업의 협력 등 종합적인 대응이 요구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같은 노력이 단발성이 아니라, 매해 반복되는 기후위기 대응의 기본이자 원칙으로 자리잡아야 한다는 점이다.
이번 장마철 대응은 ‘재난은 예방이 최선의 복구’라는 교훈을 행정에서 적용한 사례다. 이러한 노력이 실질적인 피해 저감으로 이어지고, 시민들에게 체감되는 안전망으로 작용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관심과 예산 지원, 민관 협력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경주시는 이번 장마가 지나간 뒤에도, 단 한 건의 피해도 발생하지 않은 도시로 남기를 바란다. 그것이 행정의 진정한 성과이며, 시민에게 가장 큰 신뢰를 주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