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안강제일초등학교 교정에는 뜻깊은 추모의 장이 마련됐다. 안강 출신 독립운동가 김만득 애국지사의 공적비가 28년 만에 고향 모교로 돌아온 것이다. 그동안 시티재 옛 안강휴게소 한켠에 방치돼 소음 속에 외로이 서 있던 비석은 이제 학생과 주민 누구나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교육의 장으로 다시 세워졌다.   김 지사는 1916년 안강에서 태어나 안강보통학교(현 안강제일초)를 졸업했다. 일제강점기 일본 유학 중 학생운동에 참여하다 고문을 당했고, 이후 중국으로 건너가 광복군에 합류했다. 지청천 총사령 보좌관, 해방 후 김구 주석의 비서로 활동하며 민족 자주를 위해 헌신했으나, 한국전쟁 직후 의문의 암살을 당했다. 정부는 1990년 그에게 건국훈장 애족장을 추서했다.   공적비는 1996년 초대 민선 경주시장이던 이원식 시장 재임 시절 세워졌다. 하루 수만 대 차량이 지나는 국도변에 자리해 많은 이들이 독립운동가의 삶을 접하길 바랐던 것이다. 비문에도 “영세 무궁토록 애국애족의 교육장으로 삼고져 한다”는 뜻이 새겨졌다. 그러나 휴게소 폐업 후 주차장은 드리프트 경기장이 되었고, 굉음을 내뿜는 차량 속에 공적비는 시민의 발길에서 멀어졌다. 교육적 의미도 사실상 사라졌다. 지난해 지역 언론 보도로 문제가 제기되자 북경주행정복지센터가 이전을 추진했다.   이날 열린 이건 기념식에는 유족, 주낙영 경주시장, 황영애 교육장, 주민 등 100여 명이 함께했다. 김 지사의 손자 김정철 씨는 “할아버지는 나라의 독립만을 위해 헌신했다”며 “모교로 돌아온 공적비가 후손과 시민에게 역사를 새기는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주 시장도 “광복 80주년을 맞아 선생의 뜻을 모교에서 되새기게 된 것은 큰 의미”라며 “추후 현충시설로 지정해 지속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안강제일초 총동창회는 매년 기념행사를 열고 안내판·조명 등을 설치해 누구나 찾을 수 있는 역사교육 공간으로 꾸릴 계획이다. 기념식의 마지막은 어린이들이 태극기를 흔들며 합창한 ‘아리랑’이 장식했다.   이번에 공적비를 옮긴 것에는 의미가 남다르다. 독립운동의 정신을 다시 지역사회로 끌어오는 과정이었다. 한때 소음과 위험에 갇혀 제 기능을 잃었던 공간이 이제 학생과 주민의 일상 속에서 살아 있는 역사 교육장이 된 것이다. 역사는 기록에 머물지 않는다. 후손이 쉽게 다가가고 체험할 때 비로소 숨을 쉰다. 김만득 지사의 공적비가 아이들의 웃음과 지역민의 발걸음 속에서 살아가는 교육장이 될 때, 그것이야말로 후손이 지사에게 드릴 수 있는 진정한 예의일 것이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