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감포항 100주년, 행사에 치우치다 아쉬움만 남겨     경주시 감포항이 개항 100주년을 맞아 지난 25일부터 28일까지 나흘간 다양한 행사를 펼쳤다. 지역민이 직접 기획에 참여하고 세대가 어우러지는 축제로 꾸민다는 취지였지만, 정작 지역 고유의 역사와 정체성은 무대 뒤편으로 밀려나고 말았다. "함께 한 100년, 함께 할 100년"이라는 표어는 울림이 있었지만, 행사 내용은 여느 지역 축제와 크게 다를 바 없었다는 지적이 나온다.이번 행사에는 테마별 주제를 나누어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됐지만, 많은 이들은 행사의 외형적 성대함에 비해 감포항이 지닌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는 깊이는 부족했다고 입을 모았다.2017년부터 감포항 100년 기념사업 기본계획 수립을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고, 100인 위원회까지 구성해 온 과정을 감안하면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100년을 함께 한 지역민들의 이야기를 온전히 담아내기보다,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대중 연예인 공연과 관객 동원 중심의 이벤트로 흐른 감이 짙다.특히 유명 연예인을 초청해 메인 무대를 채운 점은 감포항이라는 지역성과 전통을 살리는 데 오히려 역행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역 원로, 해녀, 선주 등 감포의 진짜 주인공들이 설 자리는 부족했다. 비판적 요소와 함께 일부에서는 100주년 기념행사를 계기로 방파제 준공 기념비를 새롭게 세우고, 감포사진전 등 지역의 과거를 비추는 프로그램을 마련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 하고 있다. 감포항을 지탱해온 주민들에게 유공자 표창을 수여한 것도 의미 있는 시도였다. 하지만 본질을 살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개항 100주년은 단순한 과거의 축하가 아니라, 앞으로 감포항이 걸어갈 길을 모색하는 기회였어야 한다. 감포항은 이제 관광지 이상의 가치를 모색하고 있다. 주낙영 경주시장이 "대한민국을 먹여 살릴 과학 혁신도시, 세계 에너지 시장을 주도하는 감포"를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미래 비전을 말하는 행사 치고는 구체적인 전략과 청사진은 찾아보기 어려웠다.감포항은 단순한 항구가 아니다. 100년 동안 나라의 흥망성쇠를 지켜보며 지역민과 함께 울고 웃었던, 생생한 역사의 증인이다. 이번 축제는 그 정신을 세대에 걸쳐 이어주어야 할 책임이 있었다. 감포항 100주년을 기념한다면서 감포가 아닌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축제만을 재현했다면, 이는 감포항과 지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닐 것이다.감포항의 다음 100년은 더 이상 겉치레가 아닌, 뿌리 깊은 자존심과 역사를 품은 항구로 거듭나야 한다. 이번 행사의 아쉬움이 다음 기회에는 교훈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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