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방폐장 유치 20년, 4조7927억원 지원사업, 체감 못하는 지역 현실경주는 중·저준위 방폐장 유치로 도약을 꿈꿨다. 20년이 흐른 지금, 정부의 약속은 과연 현실이 되었는가. 4조 7927억원의 지원과 한수원 본사 이전이 이뤄졌지만, 시민들이 체감하는 변화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정부와의 약속을 다시 되짚고, 실질적 지역 발전을 위한 전면 재협의가 필요한 시점이다.2005년 11월 2일, 경주는 전국 최초로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을 유치했다. 경주 시민 89.5%가 유치에 찬성표를 던진 그날, “개가 만 원짜리를 물고 다닐 수 있다”는 농담 반 진담 반의 기대가 가득했다. 그러나 20년이 흐른 오늘, 그 기대는 얼마나 실현되었는가.정부는 유치 대가로 특별지원금 3000억원을 포함해 반입수수료, 일반·특별지원사업 등 총 6조 원 규모의 지원을 약속했다. 실제로 방폐장 1단계 시설은 2015년 준공되어 운영 중이며, 2단계 표층처분시설도 2026년 가동을 목표로 마무리 단계에 있다. 그러나 핵심은 단순한 시설 준공이 아니라, 이 시설이 지역에 실질적 도움을 주었는가이다.특별지원사업은 형식적으로는 대부분 완료됐다. 한수원 본사는 2016년 경주시 양북면 장항리로 이전을 마쳤고, 양성자가속기도 2013년부터 가동 중이다. 그러나 기대했던 협력업체 유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남겼다. 100여 개 협력기업 유치 공언은 사실상 무산됐고, 현재 경주에 본사를 둔 협력기업은 단 한 곳도 없다. 대부분 10명 미만의 소규모 사무실이 전부다.한수원 본사도 현 부지 4만7000평은 애초 요구했던 20만 평의 4분의 1 수준으로, 공간 부족에 따른 사무실 협소와 주차난 문제가 심각하다. 임직원 사택도 시내권에 흩어져 있어 지역경제와의 직접적 연계는 기대만큼 이뤄지지 않았다. 명목상 본사는 경주에 있지만, 실질적 본사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더불어, 폐기물 반입에 따라 산정되는 반입수수료는 20년째 제자리를 걷고 있고 반입 실적은 터무니 없을 정도 이다. 이 반입 지원수수료 역시 시민 생활에 어떤 도움을 주고 있는지 구체적 성과는 뚜렷하지 않다. 지원금이 투입되었으나 ‘보이지 않는 혜택’이라는 비판은 여전히 유효하다.경주는 단순한 방폐장 유치지가 아니다. 이 땅에는 수천 년의 문화유산이 있고, 주민들은 국가정책에 협조하며 희생을 감내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문화재 때문에 아무것도 못 하는 도시’라는 낙인은 지워지지 않고 있다. 20년 전 정부가 내세운 ‘지역발전의 새로운 전기’는 과연 어디까지 현실이 되었는가.지금 경주는 다시 한번 질문하고 있다. 우리는 정부의 약속을 온전히 이행받았는가. 지원사업은 단순 집행이 아니라 체감되는 변화로 이어졌는가. 더 이상 형식적 보고서와 계획이 아닌, 실질적 변화와 성과가 필요한 때다. 정부와 지역이 다시 머리를 맞대고 약속의 실질 이행과 재협상을 위한 새로운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 유치 20년, 이제는 진짜 지역을 위한 결과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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