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시한 4월 17일 임박, 확정 늦어질수록 신인 후보 진입장벽만 높아져50일 남은 선거, 아직도 ‘내 동네’를 모른다… 정개특위 직무유기 비판 고조경주 지역구 변동 가능성에 민심 요동, "정당 이익 위해 유권자 주권 무시하나"지방선거를 불과 50여 일 앞둔 시점까지 여야가 선거구 획정을 마무리 짓지 못하면서 경주 지역 정치권이 미증유의 혼란에 빠졌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가 거대 양당의 이해관계 대립 속에 공전을 거듭하며, 법정 시한인 오는 4월 17일까지 합의안을 도출할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현재 경주 지역 정가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갯속 정국이다. 선거구 획정이 지연되면서 예비후보자들은 자신이 출마할 구역조차 확정되지 않은 채 ‘유령 선거구’에서 위태로운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인구 변동에 따른 선거구 통폐합이나 경계 조정 가능성이 거론되는 지역의 경우, 후보자들은 명함 한 장 제대로 돌리지 못하며 애를 태우고 있다.현장에서 만난 경주지역의 한 정치 신인은 “어느 동네가 우리 선거구에 포함될지, 제외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는 것 자체가 코미디 아니냐”며 “정치권의 늑장 대응이 결국 이름이 알려진 현역 의원들에게는 유리하게, 정치 신인들에게는 가혹한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실제 선거구 확정이 늦어질수록 후보자들은 선거 사무소 위치 선정부터 현수막 게시, 지역별 맞춤형 공약 수립에 이르기까지 모든 선거 전략에서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문제는 후보자들뿐만이 아니다. 헌법이 보장한 유권자의 주권 침해 또한 임계점에 달했다는 지적이다. 선거구 획정이 늦어질수록 유권자들은 자신이 투표할 후보가 누구인지, 그들이 내세우는 정책이 우리 마을에 적합한지 검증할 시간을 원천적으로 박탈당하게 된다. 4월 17일 시한에 임박해 선거구가 `졸속`으로 확정될 경우, 유권자들은 후보자의 자질을 살필 겨를도 없이 투표소로 향해야 하는 ‘묻지마 투표’로 내몰리게 된다.특히 인지도가 낮은 정치 신인들의 사투는 더욱 처절하다. 이들은 이미 현행 선거구를 기준으로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골목 구석구석을 누비며 유권자들과 접촉해왔으나, 막판에 선거구가 조정될 경우 그간 쌓아온 공든 탑이 한순간에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만약 뒤늦게 새로운 지역이 편입된다면, 선거를 불과 한 달여 남긴 시점에서 정책 전달은커녕 얼굴 알리기조차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획정 지연이라는 변수가 정치 신인들에게는 가혹한 진입장벽이 되고, 결과적으로 기득권 현역 정치인들의 입지만 더욱 공고히 해주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는 평가이다.경주 도심권인 동천동에 거주하는 박모(54) 씨는 “선거구 획정은 선거의 공정성을 담보하는 가장 기본적인 토대이자 약속”이라며 “중앙 정치권이 자신들의 밥그릇 싸움을 위해 지역민의 소중한 참정권을 볼모로 잡는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이자 유권자에 대한 폭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또한 경주는 도심 공동화와 농어촌 지역의 인구 감소가 맞물려 있어 선거구 획정에 따른 이해관계가 어느 지역보다 복잡하다. 특정 동(洞)이 옆 선거구로 붙거나 읍면 지역이 통합될 경우, 지역의 정체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앙 정치권은 인구수 대비 의원 정수 조정이라는 산술적 수 싸움에만 매몰되어 있다. 이는 철저히 정당의 이익만을 고려한 ‘게리맨더링’식 정쟁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지방선거는 지역 공동체의 일꾼을 뽑는 축제의 장이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현실은 중앙당의 정치적 셈법에 의해 지역 민주주의의 가치가 무참히 훼손되고 있는 형국이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인 지방선거가 ‘중앙 정치의 하청업체’로 전락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이제 여야는 17일 시한을 넘기지 말고 즉각적인 합의에 나서야 한다. 중앙 정치권의 오만한 지연 작전으로 인해 경주 시민들의 소중한 주권이 더 이상 위협받아서는 안 된다. 유권자는 단순히 표를 던지는 거수기가 아니다. 선거구를 확정 짓지 못해 발생하는 모든 혼란과 비용, 그리고 그로 인한 민주주의의 퇴행은 오롯이 정치권이 책임져야 할 몫이다. 경주 시민들은 이번 선거구 획정 과정을 끝까지 지켜보며 준엄한 심판의 칼날을 갈고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