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방의원과 지자체의 불공정 수의계약 관행에 마침내 칼을 빼들었다. 하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정부의 이번 대책이 뿌리 깊은 지역 토호 세력과 정치권의 ‘외풍’을 막아낼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은 여전하다.지난 13일 행정안전부는 편법적인 수의계약과 공금 횡령을 방지하기 위해 ‘1인 견적 수의계약 한도’를 신설하는 내용의 제도 개편안을 발표했다. 이번 조치의 발단은 인구 4만 8000명에 불과한 의성군에서 지방의원 절반가량이 불공정 수의계약에 연루된 이른바 ‘수의계약 성지’ 사태가 전국적인 공분을 사면서 촉발됐다.정부 지침에 따라 앞으로 전국 기초자치단체는 동일 업체와 연간 5회 또는 2억 원을 초과해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없다. 또한 수의계약 정보 공개 시 사업자등록번호를 명시하도록 해 편법을 막고, 지방의원의 사적 이해관계자 등록을 의무화했다. 문제는 이러한 중앙정부의 강력한 제재 조치가 실제 지역 현장에서도 제대로 작동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경주시의 사정도 녹록지 않다. 물품 조달 구매 등을 제외하고 지난해(2025년) 경주시가 집행한 공사 관련 수의계약(공사, 용역)이 무려 3,033여 건, 금액으로는 약618억 원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현행법상 수의계약은 신속한 사업 추진이나 소액 공사에서 절차 간소화를 위해 합법적으로 쓰이는 방식이다. 담당 공무원이 직접 업체를 선정해 계약을 맺는 구조다. 일처리가 매끄럽고 기술력이 좋은 업체에 일감을 주는 것은 당연한 이치지만, 현실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지역 사회에서는 이 수의계약이 누군가의 ‘추천’이나 ‘압력’에 의해 이뤄진다는 것은 공공연하게 전해지고 있다. 여기에 가장 자유롭지 못하는게 시의원과 토착세력일 것이다. 특히 선거 과정에서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준 인사들에게 선출직 의원들이 ‘관급 공사 수주’라는 형태로 보은하는 관행은 여전하게 근절되지 않고 있다. 심지어 공사를 주지 않는다고 대 놓고 압력을 주는 시의들도 있다고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만연한 얘기이다. 실무 공무원 입장에서 시의원이나 기득권층의 특정 업체 ‘추천’은 사실상 거부하기 힘든 ‘압력’으로 작용한다.수의계약 수법도 이제는 대 놓고 법망을 피하기 위해 다양한 수법들이 동원된다. 사업자등록증을 여러개 쪼개어 돌아가면서 계약하는 방법, 계약자가 드러나기에 대표자를 자식이나 며느리까지 내세워 등록해 하는 방법, 동종업계 친분있는 업체를 내세워 하청을 받는 방법 등등 계약을 위해서는 다양한 시니리오가 있지만 모든 방법들은 공무원들과 경쟁 업체들은 알고 있는다는 것이다.지역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횟수와 금액에 상한을 둔다고 하지만, 지역 내에서 업체 이름을 빌려 쓰거나 페이퍼컴퍼니를 세우는 방식의 편법 쪼개기 계약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며 “결국 꼬리 자르기에 불과할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결국 수의계약의 맹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횟수와 금액을 제한하는 1차원적인 법 제정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제도가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실무 공무원들이 시의원이나 기득권 세력의 부당한 압력과 청탁으로부터 완벽하게 자유로울 수 있는 행정적 방어막이 선행되어야 한다. 청탁 여부를 시스템상에 익명으로 기록할 수 있는 블라인드 보고 체계를 강화하거나, 수의계약 심사 과정에 외부 시민감사관의 비율을 대폭 늘리는 등의 실질적인 견제 장치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정부의 서슬 퍼런 칼날이 번뜩이고 있지만, 경주 지역사회를 촘촘히 얽어매고 있는 ‘온정주의’와 ‘보은 정치’의 사슬을 끊어내지 못한다면 이번 대책 역시 헛구호에 그칠 공산이 크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