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을 끌어온 안강 두류 산업폐기물 매립장 조성 사업이 새로운 암초를 만났다. 사안의 본질인 `매립장 적합성` 여부를 떠나, 이를 판단해야 할 도시계획위원회 심의위원의 `중립성과 공정성`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면서다.지난 10일 안강 두류 산업폐기물 매립장 조성 여부를 심의한 경주시 도시계획위원회는 수용이나 부결을 정하지 못한 채 `재심의` 결정을 내렸다. 당장의 가부 판단을 유보하고 추가 검토에 들어간 가운데, 심의 과정에서 불거진 이강희 시의원(도시계획위원)의 심의 자격 논란이 차기 심의의 최대 뇌관으로 부상하고 있다.논란의 핵심은 과거 매립장 `반대투쟁위원회 공동위원장`을 역임했던 이강희 의원이 심의위원으로서 중립적인 심사를 진행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찬성 측 주민들과 사업자 측은 "경주시의 불허가 처분 이후 행정심판을 거쳐 승소했고, 시가 요구한 요건을 상당 부분 갖추었음에도 불구하고 편향적인 심의가 이루어질 우려가 크다"고 반발하고 있다. 특히 행정 절차의 생명인 `절차적 공정성`을 지적하며, 이 의원 스스로 심의에서 빠지는 `회피`를 하거나 경주시가 직권으로 배제하는 `제척`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하게 촉구했다.실제로 지난 10일 열린 위원회에 참석했던 한 심의위원의 전언에 따르면, 이날 회의에서 반대 측의 주장과 논리를 적극적으로 전개하며 분위기를 주도한 인물이 바로 이강희 의원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찬성 측의 `중립성 훼손 우려`가 단순한 기우가 아님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객관적인 잣대로 사업 계획을 평가해야 할 위원회가 사실상 반대 측의 대변 무대로 전락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행정의 신뢰도를 유지해야 할 경주시 해당 부서 역시 깊은 고심에 빠졌다. 시 관계자는 "현재 해당 위원 제척과 관련한 민원이 정식으로 제기된 상태"라며 "행정 내부적으로도 법적 검토를 거쳐 다음 심의에 제척 여부를 반영할지 신중히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반면, 제척 요구의 당사자인 이강희 의원은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의원은 "현재 반대투쟁위 공동위원장직은 이미 사임한 상태이며, 지역을 대표하는 시의원으로서 본연의 활동을 하고 있을 뿐"이라고 선을 그으며, "만약 행정에서 부당한 제척 권고를 해온다면 즉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지역 법조계와 행정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9년이라는 장기간 갈등과 소송전 끝에 대법원 판결과 행정심판 재결까지 얽힌 민감한 사안인 만큼, 사소한 절차적 흠결이 향후 더 큰 법적 분쟁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안강 두류 매립장의 최종 운명은 이제 사업 자체의 타당성을 넘어, 경주시가 도시계획위원회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어떻게 담보해 낼 것인가 하는 행정 역량의 시험대로 옮겨가고 있다.
공동취재: 박정근 이채근